"굼벵이는 맛이 짜고, 기는 차고, 독이 있다. (…) 눈 속에서 자라는 막이나, 청예, 백막을 치료한다." 굼벵이의 약효를 기록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본경소증>에도 비슷하게 굼벵이의 약효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굼벵이는 나쁜 피가 기를 막아 기운이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에 적합한 약이다. 양쪽 눈이 어두워지며 피가 마르는 증상에 쓴다." 굼벵이는 기본적으로 간의 기능을 북돋는다. 예로부터 간염, 간경화 등에 굼벵이를 사용했다. 이것도 더러운 것에서 깨끗한 것을 낳는 굼벵이의 모습에서 연상할 수 있는 기능이다. 간이야 말로 몸 안의 온갖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을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굼벵이도 연꽃처럼 당뇨에 효과가 있다. 특히 당뇨 때문에 발생하는 눈병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당뇨가 생기면 혈당이 높아지면서 당 성분이 혈관 벽에 잔류한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눈과 같은 모세혈관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기존의 혈관은 막히고,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경향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눈의 수정체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이 저하된다. 굼벵이는 기본적으로 간의 기능을 북돋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이런 효과가 결과적으로 당뇨로 인한 눈병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굼벵이는 간 질환으로 생기는 각막 이상을 치료하는 데도 쓰이며, 눈물이 마르는 질환에도 효과를 나타내곤 한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굼벵이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실 굼벵이처럼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채근담>이 이렇게 굼벵이를 찬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굼벵이 더럽다 욕 하지 마라!" 굼벵이는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로 변해서 여름밤을 빛낸다.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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