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덕장 이야기
창밖으로 찌프드한 겨울 날씨가 무엇인가 쏫아 놓을것 같은 하늘입니다.
기온으로 봐서 눈 보다는 비가 내릴것 같은 아침입니다.
사진으로 눈덮인 황태덕장은 많이 보았으나 비를 맞고있는 황태들을 본 일은 없습니다.
빗속에서도 황태는 잘 지내고 있는지 가보고싶었어요.
여행의 유혹을 못이기는 척 길을 떠나는게 혼자있을 때의 여유이고 행복이지요.
상대가 있을 때에는 나 자신의 입장은 반으로 줄어 들테니말입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없는 일요일 아침 전철속은 한가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의자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있는 이가 더 많은 것 같더군요.
맨 구석자리에는 팔짱을 끼고 앉아 바닦만 내려다보고 있는 남루한 옷차림의 노숙자가 보입니다.
앞칸에서 영업을 마친 상인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흘러간 팝송을 들려줍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노래가 새롭게 추억을 흔듭니다.
흘러간 팝송을 좋아하는 나는 흘러간 사람이란 말인가?
고속뻐스는 북한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넓은 양평호수를 만납니다.
호수는 대접에 담겨있는 물처럼 잔잔하고 고요해 마치 명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겨울산 그림자가 호수에 내려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추억하나 꺼내 펼처봅니다.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습니다. 감미로웠습니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황태,새재_038[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7/54047/9/%C8%B2%C5%C2%2C%BB%F5%C0%E7_038%5B1%5D.jpg)
설악산 백담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외가평과 내가평을 잇는 '외가평교'에서 내려다 본 북천입니다.
미시령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눈녹은 물이 북천에 가득합니다.
길가던 노인이 가르처 준대로 다리를 건너 왼쪽길로 접어들어 한참 걸어 올라가니 황태덕장이 줄지어
있더군요.

기대했던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모자가 날아갈 지경으로 바람이 몰려와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찬바람은 아닌 것이 벌써 봄기운이 돌더군요.
얼음녹은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물이 부서지며 흰색을 피웁니다.



황태덕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황태냄새와 은은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풍겨옵니다.
계속해서 펼처지는 황태덕장은 볼만했습니다.
황태덕장의 아름다움은 값으로 메길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용대리의 지질학적 조건이 황태고장을 만드렀다니 하늘이 내려준 선물입니다.

비닐끈으로 턱을 꾀어 두마리씩 묶어 널어 놓았습니다.
끈의 색갈이 생산지를 말해 주더군요.
녹색끈은 베링에서 잡은 명태들이고 빨간끈은 오즈크에서 잡은 명태들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쪽 일곱통은 이사장꺼, 뒷줄 다섯통은 변사장꺼, 이런식으로 구분해 놓았더군요.

길을따라 걸어 가면서 양편에 황태덕장이 있는데 가는 곳 마다 개들이 짓어댔습니다.
짐작하건대 도둑이 많은 모양이구나 했었습니다.
그러나 알아보았더니 도둑도 있지만 그보다는 산에서 동물들이 내려와 황태를 망치기 때문에
동물쫏느라고 개을 기른다고 하더군요.
요즈음 도둑은 잽싸서 30분이면 한추럭 싣고 도망친답니다.

그 많은 황태가 모두들 입을 크게 벌리고 하나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겨울에 눈이 내려 입에 가득 쌓였다가 날이 푸근할때는 녹으면서 뱃속으로 흘러 들어가 적셔주고를
반복하면서 황태가되어 갑니다.
얼었다가 부풀고, 서서히 마르면서 속살이 노란색을 띄우는 황태가 됩니다.
일교차가 심한 용대리에서 만드러진 황태는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없이 담백한 맛을 내는 최상품
황태로 태어납니다.
황태의 조건은 겨울 날씨에 달려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색이 희어진 것은 '백태',
날이 더워서 검게 변한 것은 '찐태', 파손되 것은 '파태', 머리를 짜른 것은 '무두태'라고 합니다.

다음주 2월 27일부터 용대리에서 황태축제가 열린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일 출하할꺼라면서 한두름씩 묶고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파치'입니다.
'파태'는 황태로 만들다가 파손된 황태를 '파태'라고 하고
'파치'는 그물에 잡혀 올라 오면서 파손된 명태를 말린것을 '파치'라고 합니다.
파치는 근으로 달아서 판다고 하더군요.

명태는 이름도 수십가지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먹거리를 만드는 국민생선입니다.
생선으로서는 극진한 대우를 받는 편이어서 제사상에 오릅니다.
황태찜, 북어포, 명태, 이들이 제사상머리를 차지하지요.
깊은 밤 가난한 시인의 안주감으로 애용되는 고상한 북어도있습니다.
옛날에는 동해바다에서 잡은 명태만으로 이것 저것 다 만드러 온 국민이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동해바다에서 잡은 명태는 생태로 먹기에만도 모자르다고 합니다.
명태를 겨울에 잡으면 '동태', 봄에 잡으면 '춘태', 낙시로 잡으면'조태', 그물로 잡으면 '망태',
신선한 명태는 '선태', 꾸득꾸득 말린건 '황태', 바짝 말린건 '북어', 작은놈 반쯤 말린건
'꼬다리, 노다리' 이렇게 이름이 많은 생선은 세상에 없을것입니다.
명태전설에 의하면 옛날 함경도 명천이라는 마을에 태서방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관찰사가 마을을 지나가다가 생선을 먹게 되었습니다.
생선 이름을 물으니 이름이 없다고 하더랍니다.
관찰사는 명천에 사는 태서방이 잡았다 해서 '명태'라고 이름을 붙여 줬다고합니다.

2년전 백담사에 다녀 오다가 들러 저녁 먹었던 '황토집' 그집에 다시 드러가 황태구이를 먹었습니다.
옆에있는 가위로 잘라가면서 먹는데 맛이 연하고 구수했습니다.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는게 그전보다 맛이 더 좋아젔습니다.
주인이 바뀌었나 해서 물어 보았더니 그주인 그솜씨 그대로라고 하더군요.
황태를 아름답고 예쁘게 보았더니 맛도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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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0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