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순대를 왜 된장에 찍어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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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맛있는 뉴스] 순대를 좋아하는데 고향 마산에선 된장에 찍어먹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보니 소금에 찍어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왜 일부 경남지방에서는 순대를 된장에 찍어먹는지요?(예로센코)
→ 부산 출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답하더군요. '맛있으니까.' 긴말 필요 없겠죠? 허영만 화백의 < 식객-제73화 순대일기 > 편을 보면,
제주에선 원래 간장에 찍어먹었는데 최근엔 초고추장이 대세라더군요. 정답은 '맛 따라, 취향 따라'가 아닐지요. 자료를 뒤지다 보니, <
한국음식대관 제2권 > (조창숙 외 지음·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펴냄)이 눈에 띄더군요. 그 책 '제14장 순대·편육·족편' 항목을 잠깐 읽어볼까요?
"순대의 의의. 순대는 소의 창자 속에 두부·
숙주나물·파·표고버섯·고기 등을 이겨서 양념을 해 채워서 쪄서 익힌 음식으로서 별식의 하나이며, 주로 술안주 요리로 선호된다. 순대는 소의 부위별 이용법의 하나로서 지혜로운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대로 먹기에는 맛이나 시각적으로나 그리 좋지 않은 창자를 순대와 같은 요리로 함으로써 식품으로서의 이용가치와 영양상의 가치 및 맛과 시각적인 효과를 상승시키고 한편으로는 저장성도 크게 상승시키고 있다. …
목축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서구사회의 음식문화에서 일찍부터 개발돼 현재는 세계적으로 널리 선호되고 있는 소시지 가공법과 같은 것이다."
영양도 만점이랍니다.
따져볼까요? 순대의 주재료는 소의 대장과 소장, 돼지의 대장과 소장입니다. < 한국음식대관 제2권 > 을 보면, 100g을 기준으로 열량은 △돼지 대장 315kcal △소 대장 282kcal △돼지 소장 251kcal △소 소장 245kcal로 나타납니다. 소보다는 돼지가, 소장보다는 대장이 열량이 높다는 거죠. 지질이나 단백질도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특히 돼지 내장은 해독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B2·F 등도 풍부하다네요. 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지에는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에도 좋답니다.
언제부터 먹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서기 563년 중국에서 나온 < 제민요술 > 이란 책에 '양반장도'(羊盤腸搗)라는 이름으로 순대가 소개돼있는 것으로 미뤄, 삼국시대에도 순대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이 밖에도 관장(灌腸)·우장증(牛腸蒸)·개장(犬腸)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는데요, 순대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에 나온 요리서 < 시의전서 > 라네요.
종류도 많지요. 함경도 명태순대, 민어 부레로 만드는 가보(어교순대), 개고기로 소를 만드는 개장순대, '아바이순대'로 불리는 오징어 순대, 소 창자로 만드는 선지순대, 양고기를 주재료로 만들어 먹었다는 양반도학장과 관장방, 경기 용인에서 이름난 돼지창자로 만든 백암순대, 3·1 독립만세 운동으로 유명한 충남 병천의 '아우내 장터'에서 유래했다는 병천순대…. 다 셀 수가 없겠네요.
예전엔 순대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손정우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가 '순대의 문헌적 고찰'이란 논문에서 소개한 <
증보산림경제 > (유증림 지음·1766)의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쇠창자의 겉과 속을 깨끗이 씻어 각 일척 길이로 자르고, 별도로 쇠고기를 칼날로 진흙과 같이 난도하여, 갖은 양념과 유장으로 섞어서 창자 속에 눌러 집어넣고 끈으로 양 머리(끝)를 묶어 고정시키고, 솥 속에 먼저 물을 붓고 대나무를 옆으로 엇갈리게 하고, 그 위에 창자를 앉히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아주 잘 익기를 기다려 꺼내어서 차갑게 되면 말발굽 모양처럼 썰어서 초장에 찍어먹는다." 오호라, 조상님들은 '초장'에 찍어드셨군요.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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