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물메기탕, 겨울에 만나는 바다의 보약
산해진미도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충남 서천 홍원항은 철따라 수산물이 풍요로운 곳으로 꼽힌다. 꽃게, 대하, 도미, 주꾸미, 모시조개, 생합 등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수산물이 사계절 내내 입맛을 유혹한다. 특히 홍원항의 가을 전어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전어는 찬바람이 불면 물러가는데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제철 생선이 물메기이다.
◆추위와 숙취 말끔히 풀어줘
바다에도 못난이 삼형제가 있다. 아귀와 복어와 물메기이다. 이 중 물메기는 못생긴 순서로 치면 아귀와 수위를 다툰다. 1년생 어류로 워낙 빨리 자라 몸집이 크고 흐물흐물하다. 부화 후 1년이면 길이가 30~40cm에 이른다. 마치 초대형 올챙이를 보는 듯 징그러운 몸매에 대가리는 펑퍼짐하고 입은 우스꽝스럽게 크다.
물메기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이다. 수온이 내려가면 깊은 바다 속에 살던 물메기들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몰려온다. 뭍에서 가까운 해안의 해조류 줄기나 어망에 알을 덩어리로 낳아 놓는다. 이 시기에 전국의 어민들은 물메기 조업을 통해 선박당 많게는 수천만 원씩 수익을 올린다. 태안반도에서 가까운 서천 앞바다도 매년 겨울이면 물메기 조업으로 분주하다. 어민들은 바닷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인근 바다에 어장을 설치해놓고 물메기 잡이에 들어간다.
물론 물메기는 고급 어종이 아니어서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지는 못한다. 1월 중순 기준으로 홍원항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1.5㎏짜리 물메기 한 마리 가격은 5천 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예전과 비교하면 괄목상대의 변화이다. 1980년대까지 어민들은 물메기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다시 바다에 던져버릴 정도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물메기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연안 어자원이 급격하게 고갈되면서 값싸고 흔한 물메기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물메기가 대구 못지않은 맛을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물메기는 지역에 따라 곰치, 물곰, 물텀벙이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물메기는 매운탕이나 해장국으로 조리해 먹는다. 매운탕은 비린내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반찬이나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또 콩나물이나 미나리를 넣어 끓인 해장국은 속을 푸는 데 더없이 좋다. 여기에 물메기의 영양학적 가치도 최근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지질이 적고 단백질, 철분, 칼슘 함량이 많아 겨울철 보양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
|
◆겨울 해풍에 말려서 보관
물메기탕 조리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도마 위에 물메기를 올려놓고 꼬리 부분을 잘라낸 후 껍질을 벗긴다. 물메기 껍질은 일반적인 생선 비늘과 달라 칼로 벗겨내지 않는다. 물메기 몸통에 따듯한 물을 부어가면서 목장갑 낀 손으로 문지르면 껍질이 벗겨진다.
"물메기가 겉모양은 미끌미끌해 보이지만 껍질이 있어요. 이걸 모르고 그냥 끓이면 입 안이 꺼끌꺼끌해서 못 먹어요." 홍원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명애 사장의 설명이다.
껍질이 벗겨진 물메기는 서너 토막으로 큼직하게 나뉜다. 토막의 단면을 보면 속살이 매우 희다. 징그럽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내면은 흰 눈처럼 깨끗하다. 이것을 다시마, 멸치, 무, 대파 등을 넣고 우려낸 육수에 통째로 넣는다. 이때 육수는 반드시 뜨거운 상태여야 한다. 찬 육수에 물메기를 넣고 끓이면 살이 다 풀어져 버린다. 이후 더해지는 것은 묵은 김치와 갖은 양념이다.
푹 끓인 물메기탕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특별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무와 김치가 빚어내는 시원한 국물 맛에 물메기의 무른 살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물메기 살은 힘이 없어 쉽게 뭉그러지는데 그 질감이 나쁘지 않다. 마치 잘 익은 복숭아를 한 입 깨물어 머금은 느낌이다.
물메기는 말려서도 먹는다. 한겨울에 접어들면 홍원항 일대에서 물메기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흐물거리던 물메기가 찬 해풍과 겨울 볕에 바싹 마르면 플라스틱처럼 딱딱해진다. 배를 가른 물메기를 비닐하우스 안에 죽 걸어놓고 건조시키는 풍경도 눈길을 끈다. 겨우내 잘 말린 물메기는 꼬들꼬들한 찜 요리로, 물에 불려 탕으로 끓여 먹는다.
사진/김주형 기자(
kjhpress@yna.co.kr)ㆍ글/장성배 기자(
up@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