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소금구이한 전어. 촬영을 위해 조명을 치자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전어도 자기 이름에 ‘돈 전(錢)’자가 들어간다고 아는 걸까?

전어구이. 금으로 만든 것 같지 않나요? 유창우 기자가 찍은 사진입니다.
청어목 청어과 생선 전어(錢魚). 너무 맛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 맛있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조선 정조(正祖) 무렵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로 가져와 판다. 귀한 사람이나 낮은 사람 모두 좋아한다. 사는 이가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서 전어라고 한다”라고 전어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 왕실 밥상에 오르는 음식 재료 구입장부인 ‘조선상식품목비용기(朝鮮常食品目費用記)’에는 “(음력) 8월 초하룻날 전어 30마리를 9냥에 샀다”는 기록이 있다. 음력 8월 초하루면 전어가 제대로 기름이 오르는 시기. 임금도 가을이면 전어를 자셨다고 추정하는 근거다.
하지만 항상 금값은 아니다. 전어처럼 철을 타는 생선도 드물다. 9월부터 10월이 제철이다. 서울 논현동 일식당 ‘나리스시(成壽司)’ 이병락(50) 사장은 “9월 3일쯤부터 손님상에 전어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직전인 8월까지도 맛이 떨어진다. 오죽하면 ‘8월 전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을까.
전어의 생태 탓이다. 전어는 4월부터 6월에 걸쳐 난류를 타고 북상해 강 하구에 알을 낳는다. 봄 전어는 그래서 맛이 가장 떨어진다. 6~9월까지 플랑크톤과 바닥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으면서 서서히 체력을 되찾는다. 9월에서 10월이면 전어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기름을 잔뜩 비축한다.

흔히 '세코시'라고 하는 전어 뼈회. 쌈 싸 먹어야 제맛이죠. 유창우 기자
11월부터는 전어 가격이 뚝 떨어진다. 잔가시가 억세져 먹기 힘들다. 전어가 유난히 ‘뼈회(세코시·背越し)’로 즐기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뼈회란 생선살과 뼈를 함께 썰어 먹는 스타일로, 몸집이 작거나 잔가시가 많아 뼈를 발라내기 어려운 생선을 회 뜰 때 사용한다. 전어는 뼈회로 먹으면 유난히 고소하다. 뼈를 씹을 때마다 고소한 맛이 배 나온다.
이병락 사장은 “전어는 뼈회가 최고”라고 말했다. “전어는 뼈째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니까요. 우리는 정통 일식당이라 일본식으로 전어를 ‘3장 포뜨기’ 한 다음 소금에 절여 촛물에 담갔다가 회와 초밥으로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어를 그렇게 드시는 한국 손님은 거의 없어요. 뼈회, 아니면 무침회으로 드시죠.”
시중 횟집에서는 뼈회를 뜰 때 뼈를 직각으로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병락 사장은 비스듬히 썬다. 무침회에 초고추장보다 된장을 많이 쓰는 점도 다르다. “비스듬히 잘라야 뼈가 부드러워 먹기 편하죠. 된장을 써야 느끼한 기름기가 제거되구요.”

전어무침회. 유창우 기자
전어는 10㎝부터 30㎝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15㎝가 뼈회로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2년쯤 자라면 15㎝가 된다. 20㎝ 이상은 ‘떡전어’라고 하는데, 소금구이용하기 좋다. “일본에서는 20㎝ 정도 크기 전어를 ‘고노시로(このしろ)’라고 합니다. 가장 쳐줍니다. 15㎝ 전후의 중간 크기는 ‘고하다(こはだ)’, 10㎝ 정도면 ‘신고(しんろ)’라고 부르죠.”

전어초밥. 소금과 식초에 절인 전어를 밥에 올립니다. 와사비 대신 생강을 사용합니다. 유창우 기자
등쪽은 청색, 배쪽은 은백색이 선명하면서 둥그스름한 몸매에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싱싱한 전어라고 봐도 좋다. 살을 썰었을 때 단단하면서 발그스레 핑크빛이 돈다.
가을 전어에 풍부한 DHA와 EPA, 타우린은 열을 가하면 손상된다. 따라서 영양만 따진다면 회나 무침을 선택한다.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기기에는 소금구이가 최고다. 집 나간 며느리 마음을 돌려놓는다는 전어 특유의 고소한 냄새는 전어를 구울 때 몸에 밴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어는 서해와 남해에서 다 나지만, 남해 특히 삼천포와 남해산을 최고로 친다. 나리스시 이성민(45) 실장은 “남해가 서해보다 물살이 세고 수온이 낮아서인지 육질이 더 탄탄하고 단맛이 난다”고 했다. 전어 수요가 커지면서 요즘은 양식 전어도 많다. “양식은 윤기가 없어요. 자연산은 뭐든 단맛이 있지요.”
이성민 실장이 말하는 양식산 전어와 자연산 전어의 가장 큰 차이는 꼬리 지느러미. 양식산 전어는 꼬리가 깨져 있지만, 자연산은 온전하다. 몸에 상처가 많지만, 자연산은 별로 없다는 차이도 있다. “양식 전어는 (좁은 양식장에 갇혀 사니까) 서로 부딪혀 지느러미가 깨져요. 자연산은 꼬랑지가 매끈해. 아무리 몰려다녀도, 그 넓은 바다에서 서로 부딪히겠어요?”
/9월25일자 주말매거진에 쓴 기사입니다. 2~3년 전과 비교해 올해는 전어의 인기가 약간 수그러 든 것도 같습니다. 보통 전어 기사를 8월에는 썼는데, 올해는 9월 말에야 쓴 걸 보면요. 늘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전어만 먹었는데, 덕분에 올해는 제대로 맛 든 전어를 맛봤습니다. 요즘 기막힙니다. 전어를 구워 접시에 담으면 기름이 흥건하게 고일 정도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