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함께 씹히는 주꾸미 맛, 끝내줘요
기본 주제방 2008/08/23 13:43   http://blog.azoomma.com/finger310/281933
                            
                               김치와 함께 씹히는 주꾸미 맛, 끝내줘요
 
국물이 개운하고 고소한 "주꾸미 김칫국"

▲ 차가워진 주꾸미김칫국, 국물이 식으면서 주꾸미의 독특한 맛이 김치와 국물에 스며들어 주꾸미, 김치, 국물 3박자가 가장 잘 어울릴 때입니다.
ⓒ 조종안
 주꾸미김칫국1
며칠 전에는 큰 맘 먹고 시장에 나가서 주꾸미 1kg을 사왔습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좋아하는 '주꾸미김칫국' 맛을 몇 해가 지나도록 못 봤거든요. 알을 품는 4월이 가장 맛이 좋을 때이고 해서 제철이 지나기 전에 맛이라도 보려고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돈을 치르고 나오는데 처음에 물어봤던 옆집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니까, 뭔가 훔쳐 먹다 들통난 사람처럼 되더라고요. 해서 "값은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사기는 옆집에서 사서 미안해요."라며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하이고, 괜찮여유, 먹을 것인디 어서 사믄 어찌간유, 다음에 나한티 사믄 되잖여유. 이왕에 샀응게 맛있게 잡수세유."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하기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오려고 상호를 메모해가지고 왔습니다.  
 
생물이 아니어서 1kg에 1만 3천 원을 주었는데요. 가지고 와서 아내에게 보여주니까 싱싱한 것으로 구입했다고 해서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죽은 주꾸미 1kg 살 돈이면 제육볶음 만들어 먹을 돼지고기 두 근을 사고도 남거든요.
 
▲ 시장에 나온 주꾸미. 손가락 끝으로 빨판을 건드려보니까 힘이 있고, 몸체에 검은색이 돋아 사왔는데, 아내에게 싱싱한 것으로 잘 사왔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 조종안
 주꾸미1
 
 주꾸미 1kg을 절반으로 나눠서 양념 무침과 국을 끓였습니다. 양념 무침에 대해서는 훗날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국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평소에는 국이 나오면 밥을 덜컥 말아 먹었는데 주꾸미 김칫국은 맛을 음미하느라 천천히 한 수저씩 떠먹었습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먹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지요. 
 
대부분 사람은 비싸도 활어를 보관하는 수조 탱크에서 살아 움직이는 주꾸미를 사먹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을 약간 달리합니다. 식당에서 손님을 대접하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집에서 밥반찬으로 만들어 먹을 때는 시장에서 싱싱한 것으로 골라 사먹으면 된다는 의견이거든요. 돈도 덜 들고, 맛도 생물과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주꾸미를 살 때는
 
① 철사로 묶어 꾸미로 파는 것보다 저울로 달아 파는 걸 고르는 게 좋습니다.
 ② 머리 부분에 다람쥐처럼 줄무늬가 비치거나 약간, 검은색이 돋아야 하고,
③ 다리에 붙은 빨대를 손으로 건드려봤을 때 느낌이 딱딱한 놈으로 골라야 합니다. 세 번째 사항 하나만 해당되어도 싱싱하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주꾸미김칫국 재료와 끓이는 법
 
▲ 아내가 주꾸미김칫국을 끓이려고 주꾸미를 자르고 있습니다. 1kg을 반으로 나눠 양념 회와 주꾸미김칫국을 끓여먹었는데 식사 때마다 먹는 행복을 느낍니다.
ⓒ 조종안
 주꾸미3
재료
 
① 잘 익은 김장김치나 묵은 김치 한 포기를 평소 상위에 올려놓을 때보다 작은 크기로 썰어놓습니다.
② 주꾸미(보통크기 7-8마리) 머리를 뒤집어 내장 등에 끼어 있는 모래나 흙을 제거하고 천일염을 넣고 주물러서, 머리는 그대로 두고 몸통은 잘게 썰어놓습니다. (주꾸미 발을 하나씩 분리한 정도 크기) 
③ 굵은 대파 하나를 김치찌개 끓일 때 넣는 크기로 썰어놓고, 마늘 2-3쪽을 다져놓으면 주꾸미 김칫국 끓이는 재료 준비 끝입니다.
 
※ 육수는 다시다 국물이나 멸치 국물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쌀뜨물을 받아놓았다가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육수 대신 사용합니다. 국이나 찌개에 들어간 쌀뜨물은 고소하고 개운한 맛을 살려주는 첨병 역할을 하거든요.

흔히 주꾸미를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거나 양념 회를 해먹고 물은 버리는데요. 데치고 남은 물을 받아놓았다가 된장찌개나 김칫국을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하면 지금까지 못 느꼈던 또 다른 감칠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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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김칫국 끓이는 순서
 
끓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데요. 주꾸미김칫국에서 주인공은 주꾸미가 아니라 김치입니다. 주꾸미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실패하기가 쉬운데요. 주꾸미는 대파와 다진 마늘처럼 양념 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김칫국을 끓이는 것처럼 육수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은 김치를 넣고 끓입니다. 쌀뜨물 사용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물이 팔팔 끓으면 썰어놓은 대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는데요. 기호에 따라 양조 진간장을 한두 수저 넣기도 합니다. 그렇게 양념할 때 주꾸미도 함께 넣고 한 번 더 끓여주면 온갖 영양소가 함유된 주꾸미의 고소한 맛이 김치에 스며들고 국물에 퍼지면서 별미 중의 별미 주꾸미김칫국이 탄생합니다.
 
주의해야 할 게 하나 있는데요. 처음 끓일 때 김치와 주꾸미를 함께 넣지 말아야 합니다. 고소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낙지, 문어, 주꾸미 같은 연체동물은 뜨거운 물에 오래 끓일수록 육질이 질겨지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되겠습니다.  
 
주꾸미김칫국도 물메기국 끓일 때와 마찬가지로 양념 종류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맛을 김치와 주꾸미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김치 맛있는 집 반찬은 가릴 필요가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요. 빌미 중에 별미인 주꾸미가 김칫국에 들어가 최고의 양념 노릇을 하는데 무슨 양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주꾸미김칫국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밥과 함께 밥상에 오른 주꾸미김칫국. 개운한 김치와 담백하고 고소한 주꾸미가 입안에서 함께 씹히는 맛은 가히 일품이지요.
ⓒ 조종안
양념 회, 볶음, 샤브샤브 등 술안주로 먹는 다른 요리와는 달리 주꾸미김칫국은 주로 밥상에 오르는데요. 너도 한 그릇, 나도 한 그릇 퍼먹으며 느끼는 포만감, 국민음식 김치와 봄 입맛을 사로잡는 주꾸미가 함께 입안에서 씹히는 맛은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졸깃졸깃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지닌 게 주꾸미이니까요.
 
주꾸미 7-8마리만 있으면 4인 가족이 2회 이상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 되겠는데요. 김치와 개운한 젓갈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 되겠습니다. 
 
저녁에 먹고 남은 주꾸미김칫국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고, 공기가 잘 통하는 선선한 장소에 보관해두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살짝 데쳐 먹거나, 차가워진 국을 그냥 먹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주꾸미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금방 끓인 국은 개운하고 쌈빡한 맛이 일품이고, 국물이 식으면 주꾸미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꾸미와 김치가 지닌 독특한 맛과 성분이 상대 몸에 스며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꾸미를 잡느라 고생한 어부와 소라방으로 잡은 싱싱한 주꾸미를 골라 준 상인,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면 맛이 배로 상승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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