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과女
터놓고 하는 수다 2005/06/08 19:57   http://blog.azoomma.com/esook1143/195721

     

    그남자.

    휴대전화를 열어서

    조심조심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냅니다

    "잘 지내죠?"

    메세지를 보내려고 결심한지

    십분이 지나서야 겨우 완성한 말입니다.

    딱 네글자.

    '잘. 지. 내.죠?'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한 답 메세지

    "예,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죠?"

    그리고 웃고 있는 이모티콘 하나.

    그 눈웃음 하나에 나는 용기 백배,

    그녀에게 감히 전화를 걸어봅니다.

    " 잘 지내시죠? 별일없구요?"

    아,,예,,별일 없었구나. 예..뭐..저도 잘지냈어요..

    예..그럼 예...잘 지내세요.예...예"

    전화를 끊고 나면

    난 무슨 대단한 고백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있습니다.

    거기다 거울을 보면

    꼭 한 시간 동안 물구나무 선 사람처럼

    얼굴엔 피가 다 몰려있죠.

    밀려드는 약간의 허탈함을 뒤로하고

    난 일단 이 터질 듯한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침대에 누워 생각합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아...내일은.. 내일은 밥 먹었냐는 말도 꼭 해 봐야지.'

    아우, 얼굴이 왜 이렇게 터질 것 같지?

     

     

     

     

    그여자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는

    옷을 말하는 단어가 단 하나밖에 없다죠.

    바지도 티셔츠도 외투도 속옷 양말까지도

    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단어로 부른대요.

    문득 그 사람이 보낸 메시지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생각해보니까

    어쩜 우리 두 사람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보고싶던 마음과 반가움

    연락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던 미안함

    너무 오랜만이라는 원망

    또 어떻게 지냈는지..

    햇볕드는 버스 정류장엔

    벌써 벚꽃이 피어난 걸 아는지.

    우리 그 모든 마음을 이 한마디로 표현 하니까요.

    '잘지내죠?'

    아직은

    단어가 가난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두사람.

    하지만 자주 만날수록,자주 통화할수록

    단어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겠죠?

    언젠가는

    보고싶단말도

    지금당장 만나자는 말도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우리 세상에 자연스럽게 생겨나겠죠?

     

    ---이미나 그남자 그여자 중에서----

편지지 by.안개숲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