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 자*
그녀가 또 늦습니다.
벌써20분 경과..
이 지각쟁이! 게름뱅이! 궁벵이!
아마 학교 다닐때도
보나마나 지각 대왕이었을겁니다.
안 봐도 다 알죠.
매일 아침마다 허둥지둥 헐레벌떡
막 뛰어오다가 넘어진 적도 여러번이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 다닐땐,
나도 좀 유명 했어요. '지각윤'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안 늦죠.
그건 소풍가는 날 일찍 일어나는거랑
비슷한 원리라고 할수 있는데요.
그녀를 만나러 나오는 거니까~~
그렇잖아요. 내가 늦게 나오면
그녀가 혼자서 길거리에 서 있을텐데...
그건 안되죠.
그런데 요즘은 하도 그녀가 늦으니까
'나도 아예 10분쯤 늦게 나갈까'
그런 생각도 가끔 들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혹시나..하는 생각 때문에
오늘도 이렇게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휴..
문자 메시지나 한 통 보내줘야겠습니다.
차가 막혀서 나도 20분즘 늦을 테니까
천천히 오라고
또 뛰어 오다가 넘어지지 말라구요.
*그 여 자*
난 원래 지각 같은 거 안 하는데
남자친구랑 만날 때면 꼭 이래요.
나오려다 보면 앞머리가 이상하고,
나오려다 보면 눈썹이 짝짝이 같고,
또 나오려다 보면
신발이 너무 튀는 것 같고,,
그렇게 현관을 몇번 들락거리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죠
오늘도 20분쯤 늦었거든요.
약속 장소로 정신 없이 뛰어가는데
저만큼에,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남자 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나왔어!!"
막 소리를 지르려는데 메시지가 도착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자기도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천천히 오라고,
바보같이..
가뜩이나 미안해 죽겠는데, 내맘 편하라고 거짓말까지..
코끝이 시큰해져서 남자 친구의 등 뒤에 숨어
문자 메시지를 한 통 보냅니다.
"있잖아.. 난데..지금 절대 뒤돌아보지 마..
돌아보면 나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확 녹아 버릴지도 몰라.ㅜㅜ"
버튼을 꾹 눌러 메시지를 보내며
다시 한번 결심합니다.
다음엔, 꼭 내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려야지...
----------------------이미나---------------(그 남자 그여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