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과 女
터놓고 하는 수다 2004/12/07 21:28   http://blog.azoomma.com/esook1143/171235

<그 남자>

 

글쎄...

어릴 때 내가 거짓말하면,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왜 있잖아요~

나한텐 뻔히 다 보이는데,

자긴 그런 줄도 모르고 끝까지 애쓰는 거요.

 

그녀가 딱 그래요.

엄마한테 거짓말하는 유치원생 같죠.

 

오늘도 진짜,

내가 웃음을 참느라고 얼마나 힘들던지...

 

저녁때 같이 고깃집엘 갔거든요.

"많이 먹어요" 그랬더니

자긴 뭐, 점심을 늦게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다나...

 

그런데! 그 대답과 동시에,

그녀의 배에서 들리는 우렁찬 소리...꼬르륵!

 

순간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

그러곤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물 한 모금을 조신하게 마시는 그녀.

 

아, 그 어설픈 내숭과 어설픈 태연함이란!

 

내가 아는  척하면 무안해할까 봐, 그냥 모른 척 했어요.

대신, 주먹만한 상추쌈을 몇 개 싸서

싫다는 그녀 입에 억지로 쑤셔 넣어 줬죠.

아이고, 잘만 먹더만요!

 

이 다음에,

좀더 친해지면 꼭 말해 주고 싶어요.

"그렇게 내숭 안 떨어도 무~~지 예쁘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그게 더 좋아요, 예?"

 

 

 

<그 여자>

 

좀 모른 척 넘어가 주지~

꼭 그렇게 상추쌈까지 싸 주면서

알았다는 티를 내야겠냐구요.

 

아니 그렇잖아요.

사람이 어떻게 곧이곧대로만 말하고 살아요?

한두 번 사양도 하고,

한두 번 억지로 권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근데 그 사람은,

도대체 두 번째가 없다니깐요.

"추우면 옷 벗어 줄까요?" 그러기에

괜찮다고 그랬더니,

벗던 옷을 냉큼 다시 입은 적도 있었구요.

 

아까 저녁 먹으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배고파요?"

"아뇨.. 뭐 별로.."

"아 그래요?  난 배고픈데?"

그러더니 미리 나온 반찬을

혼자서, 아주 쓸어 담듯이 먹더라구요.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그걸 보니까,

꼬르륵 소리가 저절로 난 거죠.

 

몰라요, 이젠 나도

사양하고 예쁜 척하고 그런 거 없어요.

예쁜 척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거지.

 

내일부터 나한테 배고프냐고 묻기만 해봐요.

"예,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대답해 버릴 거니까!

 

- 이미나의 <그 남자, 그 여자> 中 에서 -

 

 

오세암 O.S.T - 이소은, 윤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