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과 女
터놓고 하는 수다 2004/11/29 21:58   http://blog.azoomma.com/esook1143/170087

<그 남자>

 

내 방에

허브 화분 있던 거 기억 나니?

 

한참 물을 안 줬거든.

당연히 죽었겠지 싶었는데

어제 보니까 아직 살아 있더라.

 

혹시나 해서 물을 줬더니

오늘은 잎이 막 피어나기까지 했어.

 

그런데 그거 보니까

문득 내가 혼자 지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또...그래야 할 것 같고...

 

..아무래도

헤어지는게 좋을 것 같아.

 

 

<그 여자>

 

죽은 줄 알았던 허브가

알고 보니 아직 살아 있더라는 것.

 

황당하게도 그것이

그가 내게 말한 이별의 이유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고개까지 끄덕여 가며..

 

그리고 난 그 순간

비유법이란게 세상에 왜 필요한 것인지

그 이유도 깨달았다.

 

만약 그 사람이 내게

허브 화분이라는 말 대신

예전 그녀의 이름을 말해 버렸다면..

난 아마 그 자리에서 울어 버리거나,

뺨을 때렸을지도 모르니까.

 

애당초, 내 잘못이었다.

 

지난 사랑을 다 버리지도 못한 사람에게

남은 찌꺼기라도 좋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보챈 것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당해도

원망도 할 수 없을 만큼

내 멋대로 좋아해 버린 것도..

 

그간 계속 부족함을 느꼈지만

난 그걸 속도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결국 감정의 종류가 달랐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지난 오 개월 동안

단 일 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 이미나의 <그 남자, 그 여자> 中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