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작가 소개: 낮고 작은 목소리의 높고 큰 울림. 정희성
시단에서 시를 적게 쓰는 시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 30여년전 신춘문예에 (변신)이 당선되면서 시집이 겨우 세권 이다. 김수영문학상(1981),시와시학상(1997),을 수상했으며,(답청),(저문 강에 삽을 씻고),(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시를 찾아서) 등의 시집을 냈다.
1945년 경남 창원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