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 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 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의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타는 목마름으로&
詩. 김 지 하



작가 소개: 치열한 삶, 진정한 사고, 깊은 사색의 시인.
김지하시인은 1969년 (시인)에 -황톳길-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 회의에서 수여하는 로터스 특별상(1975),국제 시인협회에서 수여하는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1981), 정지용 문학상(2002)수상.
1941년 전남 목포생. 시집으로 (황토),(타는 목마름으로),(애린),(검은산 하얀방),(별밭을 우러르며),(이 가문 날에 비구름),(중심의 괴로움),(화개)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