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작가 소개: 윤동주(1917-1945) 북간도생. 연희전문 졸업. 일본 릿쿄오대학, 도오시샤대학 영문과 수학. 항일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2년형)되어, 규우슈우 후쿠오카 감옥에서 복역중 옥사. 자화상은 연희전문 재학중 쓴 시로서,
자기자신에 대한 애증과 연민의 상호 갈등을 형상화 하고 있다.
모교인 연세대 교정에 시비가 있다.
오늘날 젊은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