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 잡은 詩
茶 한잔 여유 2004/01/20 15:06   http://blog.azoomma.com/esook1143/113812

삶, 그 고독의 詩

또는 들꽃

                           시:박렬

 

오늘도 아무도 벗해 주지 않는 세상

오기를 부리듯 살았습니다

바람 만이 쉬임없이 문을 흔드는

비좁은 내 생의 뜰에는

어둠만이 반가운 친구 입니다.

 

그대 안의 꽃 향기가 되지도 못하고

버려진 숙명처럼 피었다가

어느 한 날 숨죽이며 져 가야 합니다

눈 감으면 내 사랑이 보이는데

눈 뜨면 황급히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

 

누군가를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이렇게 꿈마저 야위어 가는 일인가요

빗줄기 뜰을 채우는 날이면

고독의 그늘 속에 꽁꽁 숨어

깊은 밤 속으로 한없이 허물어져 갑니다.

 

오, 나 하나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외로워야 하는가요

나 그대의 영원한 들꽃 향기로 살고 싶은데

오늘도 아무도 벗해 주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자존심을 부리듯 타인처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