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 잡은 시
茶 한잔 여유 2004/01/17 16:54   http://blog.azoomma.com/esook1143/113490

외로움의 시

또는 타인

                      시: 박렬

 

그리운 날이 많아도 오는 이 하나 없고

외로운 날이 많아도 가는 이 하나 없습니다

이전에는 비 때문에 사랑 하나 지더니

지금에는 그대 없어 아픔 한 줄기도 오가지 않습니다.

 

이전부터 나 그대 그리운 마음에 살았고

그대 눈빛 한번이면 단숨에 안길 것만 같은데

오늘도 나는 거리의 그 흔한 사랑 하나 만나지 못하고

속절없이 나이와 고독 만을 병처럼 안고 살아갑니다.

 

생각하면 우리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다 같은 인간의 이름으로 모여들고 흩어지며

유달리 특별할 것도 없이 살아가는 너와 나 이건만

왜 나만 홀로 외로운 영혼으로 살아가야 합니까.

 

우리네는 때가 되면

사랑에 한 번쯤은 제 목을 매건만

왜 나는 못난 사랑도 하나 없이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들러리로 살아가야 합니까.

그러고 보니 해마다 늦가을이면 중병 앓는 소리

이 병은 바로 사람이 그리운 병이었나 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단 한 사람의 그대가 없어

단 한번 살다 가는 세상길은 황량한 벌판입니다

세상의 온갖 영화는 꽃잎으로 피고 지는데

오늘도 나는 천형(天刑)의 죄인처럼 타인같이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