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시
또는 타인
시: 박렬
그리운 날이 많아도 오는 이 하나 없고
외로운 날이 많아도 가는 이 하나 없습니다
이전에는 비 때문에 사랑 하나 지더니
지금에는 그대 없어 아픔 한 줄기도 오가지 않습니다.
이전부터 나 그대 그리운 마음에 살았고
그대 눈빛 한번이면 단숨에 안길 것만 같은데
오늘도 나는 거리의 그 흔한 사랑 하나 만나지 못하고
속절없이 나이와 고독 만을 병처럼 안고 살아갑니다.
생각하면 우리네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다 같은 인간의 이름으로 모여들고 흩어지며
유달리 특별할 것도 없이 살아가는 너와 나 이건만
왜 나만 홀로 외로운 영혼으로 살아가야 합니까.
우리네는 때가 되면
사랑에 한 번쯤은 제 목을 매건만
왜 나는 못난 사랑도 하나 없이
세상에 있는 듯 없는 듯 들러리로 살아가야 합니까.
그러고 보니 해마다 늦가을이면 중병 앓는 소리
이 병은 바로 사람이 그리운 병이었나 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단 한 사람의 그대가 없어
단 한번 살다 가는 세상길은 황량한 벌판입니다
세상의 온갖 영화는 꽃잎으로 피고 지는데
오늘도 나는 천형(天刑)의 죄인처럼 타인같이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