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중에서 26-27P
예언은 시커먼 비밀의 물처럼 언제나 거기 있다.
평소에는 어딘지 모르는 그 장소에 몰래 숨어 있다. 그러나 어떤 때가 되면 소리도 없이 넘쳐 흘러, 네 세포 하나하나를 차디차게 적시고,너는 범람하는 그 잔혹한 물 속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너는 천장에 있는 공기구명에 매달려서, 밖의 신선한 공기를 필사적으로 들이 마신다. 그러나 거기에서 빨아들이는 공기는 바싹 메말라 있어서 네 목구멍을 뜨겁게 태운다. 물과 갈증,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대리벅인 요소가 힘을 합쳐서 동시에 너에게 덤벼든다.
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 너를 받아줄 공간은- 그건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되는데-어디에도 없다. 네가 목소리를 구할 떄 거기 있는 것은 깊은 침묵이다. 그러나 네가 침묵을 구할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가 이따름 네 머릿속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비밀 스위치 같은 것을 누른다.
네 마음은 오랫동안 내린 비로 범람한 큰 강물과 비슷하다. 지상의 표지판이나 방향판 같은 건 하나도 남김없이 그 탁류 속에 모습을 감추고, 이미 어딘가 어두운 장소로 옮겨져 있다. 그리고 비는 강 위로 계속 억수같이 퍼붓고 있다. 그런 장마 광경을 뉴스 같은 데서 볼 때마다 너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꼭 그대로다. 그게 바로 내 마음과 같은 거야,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권위지(아사히 신문)이 벌인 지난 1천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문인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생존문인 가운데 1위를 차지 했다. 그는 세계적으도 동양인으로서 최초로, 세계 31개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출판되어 있다. 한국에는(상실의 시대)(태엽감는새)(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등이 있으며, 최근 해변의 카프카는 20여년의 문학적 역량을 기울여, 구상한지 7년 만에 발표한 대장편인 만큼 그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게 중평이다.일본에서는 이미 1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우고, 20개국에서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