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기사 2007/10/19 21:18   http://blog.azoomma.com/dongsil112/259129

 
날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해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음박질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너희처럼 뛰어 놀고 싶다.
창욱이랑 영록이처럼 관수랑 경필이처럼 태홍이랑 창홍이처럼....
맹필이는 운동장에서 악대반 대장으로 멋진 유니폼을 입고 행진했지.
희경이와 경신인 높은 농구 골대를 향해 쉼없는 패스를...
순옥이랑 리나, 만열이 애란이 인자 인선이 니들은 방과 후면 철봉에 매달려 또는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아니 먼저 탈려고 그네주위를 맴돌곤했지.
오숙이랑 민희, 순화 애경이 니들이 고무줄 놀이 하는 것도 나는 여기 서서 다 지켜봤단다.
그중에 으뜸은 창애의 웅변이었지.
운동장에 모인 전교생을 향하여 사자후를 펼치던 꼬마 웅변가들이 지금도 기억속에 아리아리하단다.
방공방첩이란 구호 속에 얽매어 살아가고 있지만 내게도 너희들과 지내던 시절을 오롯이 그리워하고 있단다.
나에 대해 너희들 중 누군가는 글짓기든 그림그리기든 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을꺼야.
이제 까마득한 옛 이야기가 되었구나.
난 아직도 아홉살. 강원도 두메산골소년의 모습으로 이렇게 너희 모교에 서 있단다.
초록색이 더 짙은 국방색으로 입혀지고 비바람에 씻기고 벗껴지고.. 늘 보자기에 싼 책보하나 겨드랑이에 낀채 난 늘 이자리를 지키고 있단다.
내 옆엔 이순신장군님과 얼마전부터 새로오신 단군할아버지, 유관순누나까지 다 계시니 그다지 외롭진 않아.
그래도  난 늘 너희와 지냈던 70년대를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나지.
나한텐 그 시절이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애.
물론 지금도 너희들이 뛰놀던 그 운동장을 바라보며 너희 후배들과 열심히 사귀는 중이란다.
근데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같지 않게 나에 대한 관심도 많이 사라진듯한가보더라.
난 예나 지금이나 너희들 가슴속에 영원한 추억으로 자리매김 되길바랄뿐이야.
우리나라의 처한 상황으로 이렇게 좀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지만말야.
언젠가는 통일이 되겠지. 그러면 그때쯤엔 나같은 동상은 있으나마나한존재가 될지도 모르테지.
나도 조정래선생의 <인간연습>이나 김용만선생의 <칼날과 햇살>같은 소설을 읽고 공산당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을텐데말야.
생각이 다르다고 어떤것을 새빨간 색안경을 쓰고 본다는 건 지금 생각하니 참 무리였단다.
너희들은 날 언제나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로 기억하지.
그래 난 지금도 공산당이 싫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게야.
인생은 말야. 요지경 속의 한 풍경에 지나지 안잖아?
신창국민학교 43회 졸업생들아.
날 보면 넌 너희의 아홉살때를 떠올려보렴.
그때의 해맑은 꿈을 가슴속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니?
자 그럼 너희의 그 꿈 속에서 나도 하나의 소박한 배경으로 간직해주면 난 그것으로도 만족해.
안녕.
2007년 9월의 마지막날이 저무는구나.
승복이가.......


 
 
 


고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