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
-유학사에서
시를 쓰는 스님을 찾아 간 산사에서
스님이 차를 한 잔 내놓는데
한 겨울에도 봄꽃이 피더라
맑은 물에 띄운 매화봉오리가
조심조심 눈을 뜨더니 화알짝 피는데
무덤덤한 마음에도 뱅그르르 봄기운이 돈다
맑은 스님은
시는 안 쓰고 있단다
마음이 흐트러질까봐 그렇단다
마음이 고요하길 바래
시도 마다한 스님이 주는 꽃차를 마시다
어둠이 고스란히
아침이 되는걸
꼼짝도 못하고 바라만 보다
눈을 비비니 떠나야 할 시간이다
-신광철, 여행 중 들른 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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