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소년
옛 고승들이 수시로 포행했다는 외골짜기 숲길. 고목들과 산대나무
가 우거져 그늘만이 드리워진 그 길 끝에 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
다. 호수 위에는 언제나 달이 잠들고 구름이 머물고 하늘이 발을 담
그어 푸른 향내음이 있다. 짙은 고요함이 있다. 이따금 산수유 붉은
멍울이 물가를 어지럽혀도 호수는 평화롭다. 물 속에는 나보다 더
예쁜 소년이 살고 있다. 더 맑은 눈빛으로 더 진실한 마음으로 나를
맞이한다. 이따금 소년은 펑펑 울다가도 금세 웃곤 한다. 때로 그
소년의 변덕이 싫어질 때면 돌을 던지기도 하지만, 소년은 내게 아
무런 말도 해 주지 않는다. 아무런 말을 해 주지 않는 소년이, 내 얘
기만 들어 주는 소년이 밉지만은 않다.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고 벌
거벗고 누워 있을 때 언제나 함께하는 그가 있어 좋다. 걱정스러운
것은 소년은 너무 감성적이어서 내가 떠나가 버리면 쓸쓸해 하지
않을까 하는 가엾음이 나를 이 호수로 자주 찾아오게끔 하는 이유
이다.
호수 위에는 언제나 햇살이 머물고 달빛을 안고 바람이 잠을 잔다.
녹음이 우거져 푸르름을 간직한 호수에는 철없는 소년이 살고 있
다. 그 소년이 보고 싶다. 그 소년이 너무도 보고 싶다
(원성 스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