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주말엔 덕유산에 갔다.
아들녀석 남편...이렇게 셋이서 덕유산 정상에 있는 대피소에서 하룻밤
유하기로 하고 예약을 해놓고 시작한 산행이었다.
아들녀석이랑 하는 산행이니 그냥 시외버스를 타고 한번 해보자...포부도
훌륭하게 시작은 했는디....
무주구천동을 한번에 가는 버스는 당근 없고...순천으로 해서 무주로 가서
구천동으로 들어가야하는 장장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는
고행길이 되뻔졌다.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구천동에 도착한것이 4시...정상까지 어른들이라면
세시간이면 갈테지만 아들녀석까지 대동하고 네시간은 족히 걸릴텐데...
그러면 깜깜한 밤이 될터이고...이걸 어쪈다 ...잠시 고민은 했지만
결론은 그냥 야간산행이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구천동 올라가는 길목마다의 정취가 어찌나 맑고도 단아한지...
이쯤된다면 정말 선녀가 내려와 목욕해도 하자가 없겠군...하는 농까지
곁들여가면서 천천히 임로처럼 단순하고 경사없는 길을 걷기를 2시간...
이미..해가 뉘엿거리고...
헤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쓰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산중의 밤은 소리없이 빨리 온다.
어두워졌나 싶었는데 어느덧 칠흙같은 어둠이다.겨우 랜턴이 비투는곳만
보일뿐..아들얼굴도 남편 얼굴도 안보인다.
나와 남편은 식사도구부터 침낭까지 들고가는 무게도 장난이 아닌데
길은 험하고 어두워 아무것도 안보이고 아들녀석까지 치닥거리해야
하니...아주 죽을맛이었다.
하지만 아들녀석도 남자라고..종종 뒤돌아보면서 엄마...여기는 미끄러워
(아직도 눈이 녹지않고 얼음까지 얼은 급경사가 많았다)조심해..
엄마 힘들면 말해..쉬어가게...
엄마...무거워? 힘들어?.....ㅎㅎㅎㅎ
아들녀석이 남편보다 낫다...
저도 난생 처음하는 야간산행에 경사까지 급해서 숨이 턱에 차오르면서도
나를 챙긴다.ㅎㅎㅎ
내가 어쪄다가 이리 오진놈을 낳았을까 내 스스로한테 장하다 하고 싶을정도로
맘이 흐뭇해진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기어오다시피 겨우 겨우 산장에 닿았는데
도착해서 산장문을 열고 들어가니...사람들이..
너무들 놀라는것이다. 이 밤중에 여섯살짜리 어린 꼬마가 해드랜턴을 쓰고
산행을 해서 1163미터나 되는 정상에 올라왔으니 말이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박수를 쳐주시는 바람에 아주 머쓱해졌다...
산장은 보통 9시나 10시면 소등이기 때문에 얼른 밥을 해서 먹고
침낭을 펴고 자리에 누웠는데...보통 산장은 난방이 안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산장은 천원씩 걷어서 기름을 사서 공기만 뜨듯하게 하는
난방을 하는데 아...이 산장은 전국 유일하게 전기보일러가 놓아져
있다는것이다.
바로 앞이 무주리조트라서 전기를 끌어와서 쓴다는거다.
미리 알았다면 이 무거운 침낭을 안매고 와도 되는건데...
산꼭대기라 무지 추울줄만 알고 만반의 준비를 다해갔던 우리는
전기보일러 방에서 정망 더워서 못잘정도로 호사를 했다.
아들녀석은 팬티바람에 이불 다 차고...
얼마전에사 새로 지은 대피소는 깨끗하고 좋았다.
소등하기 전에 아들 녀석과 하늘을 봤는데...정말로 별이 얼마나
많은지 까만 밤하늘에 반은 별이고 반은 하늘일 정도였다.
아들녀석은 지가 양자리란다...어디서 들었는지...
엄마는 무슨 자리냐고 물어본다,,,엄마는 물병자리야...했더니만
그럼 별을 이어서 양도 만들고 물병도 만들어보잔다..ㅎㅎ
아들과 나...정말 간만에 하늘을 울러러보면서 목아지 끊어져라
별도 세보고 별을 이어 양도 만들고 물병도 만들고...
도시에선 절대 가질수 없는 여유로운 호사를 듬뿍~~하고 왔다.
도시에서야 방에 불을꺼도 여기 저기 사방이 불빛인덕에 아주 깜깜하여
칠흙같단 생각은 안드는데...산중에 소등은 정말 한순간에 암흑이
되는 느낌이었다.순간 세상이 까만 상자에 갇히는 느낌이랄까.
한참을 눈을 뜨고 천장을 응시해도 눈에 보이는거라곤 블랙홀같은
어둠뿐이었다.
숨소리마저 쌕쌕....잦아들면서 나도 어느새 스스르...잠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고 이른 아침을 먹고서 다시 출발하여
광주로 돌아오니.오후 다섯시...
아들녀석과의 의미있는 산행을 마치고..이번주 주말은 가볍게
야영할수 있는곳으로 가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자고 오는걸로
계획을 세워봤다.
이번엔 나의 껌닥지..나의 여우목도리...울 서희도 데리고 가야지
하고 맘 먹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