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코스 더 가서 내린 사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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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어처구니가 없다.
내 나이 34...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겪은 몇 안되는 황당사건이 바로 오늘 일어났다 이것이다.
오늘....이것 저것 할것이 많아 집에서 부산을 떨며 일찍 나오던 참이었다.
항상 그 시간에 버스를 타기 때문에 다른 시간의 버스 상황이 어찌되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오늘...정말로 사람이 너무나 꽉 찬 버스를 타게 되었다 이거다 것도 한대를 보내고 다시 또 한대를 보내자니 시간에 늦을것 같아서 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올라탄 버스였다.
누구 궁댕이인지...암튼 버스 계단에 서서 누군가의 궁댕이를 바라보면서 간신이 문에 끼지 않을만큼 위태롭게 서있었다.
음....학창시절의 추억이 마구 마구 되살아났다.
다음코스...누군가 한둘 내린것도 같았지만 내 위치는 아직도 계단참이다.
그 다음정거장....아...난 그 다음에 내려야만 하는데 사람은 줄지도 않고... 앞으로 내려달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에라... 날씬한 이 몸으로다가 만원버스안에서 비사이로 막가는 묘기나 한수 보여줄까나? 하고 오만 전투태세를 갖추고 가방을 등에 철석 붙이고 막~~전진을 하려던찰나...
내 눈에 보인...한넘!! 나보다 머리가 두개는 더 높이 있는 그넘.
허걱....대따시 잘났다. 내가 그 묘기를 보일라고 하면...저넘을 지나가야 하는데...몇번이나... 저어기...좀 비켜주실라우? 라는 말을 할까 말까....
순간 묘하게도 이마에선 땀이 삐질~~하고 날라고 한다.
내가 저 남자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저어기~~하면 저넘이 날 보겠지?
오늘 난 머리도 안감고...원래 피부도 엉망인데다가... 양옆이마가(산후조리 부실로) 휑~~하니 멀카락이 다 빠져있고 그나마도 오만 힘을 다 줘서 땐동하니 묶고 왔는디...
날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노 말이다.앗,,,,집순이 아줌마다!!라고 생각하겠지?
오기전에 익은 파김치를 그냥 척척 감아 밥을 한공기 먹고 왔으니 입을 벌리는 순간...파냄새가 진동을 할것이고...
아아~~머리에 쥐날라고 한다이.
하필이면 어찌 저 허벌나게 잘생긴 넘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것인 것이여...
아아...담에 내려야만 하는디....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드라 이거다...
이 나이에...나보다 열살은 어릴것 같은 남학생을 보고 내가 왜 가심이 뛰는지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지만...그 순간만은 감정에 충실하기로 맘을 정했다.
그려서...난 결국 다음정거장인 신세계백화점에서 내려야만 했다는것이다
거기야 원래 아줌마들이 단체로 셔틀버스처럼 우루루...내리는곳이니... 썰물 밀려나가듯이 휑~~하니 버스가 비었다.
한번 더 쳐다나볼까..아니면 그냥 올까...생각하다가... 집에서 일찍와~~하는 우르르트리오(남편,아들,딸)을 생각해서 자중하자...함시롱 기냥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찬바람을 맞으면서 학교까지 걸어가는디...
차암....내가 미친년이지...뭐한다고 이리 사서 고생이냐...싶은것이다. 내것도 아닌 남의 남정네 면상 쳐다보다가 달리는 버스도 세워 올라타는 아줌마의 본분을 망각하고...얼러리여..한코스나~~더 타고 와~~에라이...
내일부터는 아줌마의 본분을 잊지않고...아무리 잘생긴 남자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혀도 꿋꿋하게 제 코스에서 내리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나저나...내일도 또 만나면 우쨔지?
내일은 머리도 꼭 감고...머리도 이쁘게 빗고 학교를 가야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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