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네 사람이 산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사람이 하나있다.
결혼 후 9년 동안 한 번도 자기 돈으로 칫솔과 치약을 사지 않은 남편이 있다.
그 이유는 너무도 알뜰해서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져서 아이들의 칫솔과 치약을 사게 된다. 남편의 칫솔이 벌어진 것을 절대로 볼 수 없는 나이기에 사고 마는 것이다. 친정아버지의 한 달에 한번씩 칫솔교환 습관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친정식구들은 치아가 건강하지만 시댁식구들의 칫솔은 한결같이 풀어진 머리채 같다. 그런 남편에게 어느날 인가 퇴근시간에 손에 들려진 놀라운 물건이 있었다.
나도 아이들도 너무 놀랐다. 그것은 닥터세닥 치약이었다. 그리고 칫솔 한 뭉치 .
어떻게 그런 큰 결심을 했는지를 물었더니 회사에서 자신의 멋진 이를 보고 칭찬(?)하는 말을 들었다나? 사실 남편의 이는 그야말로 자유함 그 자체였다. 나는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에 아이가 남편의 이를 닮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피는 못 속여-
이를 닦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치약을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동료들 가운데서 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한 치약이 닥터세닥이었다나? 왜 그리도 남편들은 아내의 말 듣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남이 말할 때는 진리로 받아들이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기쁘다. 남편의 기록을 깬 첫번째 치약이 곧 닥터세닥이니까.
오늘 아침 작은 아이의 한마디는 이러했다. " 엄마, 아빠가 사온 치약으로 치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