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2009년 햇차를 덖는 시기가 돌아왔다
향을 마시는 행복감도 있지만
찻잎을 따면서 무아지경에 이르는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
이슬방울 흐트리면서 새벽녘 차밭으로 간다
작년에 덖고 넣어두었던 기구들을 손질을 했다
감잎 두봉지와 찻잎 두봉지
차맛이 싱거워진다고
물로 씻지 말라는데 아직도 고집을 부리면서
씻고 .물을 빼고 .선풍기로 말리는 작업을 한다
두터운 나무등걸 비집고 나온
손으로 만지면 으깨어 질것 같은 감잎도 따고
시원한 물 세례를 받고 있는 찻잎들
물을 자연스레 빠지게 하면 찻잎들이 열을 발생해서
발효가 되기에 탈수기로 물을 빼고
선풍기로 물을 말린다
라디오를 켜놓고
도를 닦듯이 남편은 차를 덖는다..
첫번째 덖은 찻잎들..
두번째 닦은 찻잎들..
세번째 덖은 찻잎들
네번째 덖은 찻잎
다번째..여섯번째 .일곱번째.여덟번째.
아홉번째 덖어진 찻잎..
이렇게 봉지에 넣어서 일주일을 쉬면서
서서히 성숙을 시킨다..
조금은 떡차를 만들기로 했다..
남편이 만든 대나무를 짤라서 만든 떡차 기구..
한번 덖어서 비빈 찻잎을 대나무통에 넣기위해서
나무에 꽃무늬까지 새겨서 만든 기구도 보인다..
이렇게 만들어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통에 넣어서
하루를 꼬박 넣어둔다
발효와 건조를 거쳐서 오랫동안 넣어두면서 마시면
녹차의 상큼함과 발효차의 진함이
절묘하게 어울어지는 맑은 차맛이 우러난다..
어둠이 세상을 모두 덮어 내눈으로 보이는 부분이 전부인 시간
덖어진 차를 마신다
찻물에 세상이 풍덩 빠져있다.
세상이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