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월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는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저 3월의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햇빛을 정신 없이 빨아들인 산수유나무는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 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라
그 부끄러움을 뭉쳐
새 슬픔 하나라도 빚어낼 일이다.
詩 장 석 주
시집 <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에서.
잠시 나를 찾는다
개학후 발 동동 굴리면서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오늘 아침은 나를 찾고 싶다
아들은 중학교 입학
딸은 고등학교 입학
변화된 환경에서
각기 제할일을 하느라고 바쁘다 보니
만나는 시간이 잠시뿐이다
딸내미 집에 오는 시간에
잠을 잘때도 있었는데..
저녁마다 부지런을 떤다
간식거리를 해 놓았더니
맛있다고 종알거리면서
오물거리는 입을 보면은
하루에 피곤이 사라진다
그나마 딸은 늦은 귀가이기에 교복입은 모습을 보았는데
이른 출근으로 아들이 교복입은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은 왜이리 교복입고 활보하는 아들모습이
눈에 밟혀서 눈물이 나온다..
이 복받치는 감정이 언제나 풀리려나.....
Cho Kokuryo 얼후 연주
얼후
Cho Kokuryo / Serenade
얼후는 낮고 깊은 음을 자아내며 마음의 순결성을 자극한다.
얼후가 이처럼 독주 악기로서 다양한
소리와 감동을 자아내는 것은 어떤 음반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초코쿠쿄의 음반에 서는 그것을 뛰어 넘어
얼후의 진면목을 맘껏 느낄 수 있다.
곧 독주 악기로서 얼후의 가능 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연주인 것이다.
슈베르트 세레나데, 마돈나의 보석,아다지오,
헨델의 라르고, 비제의 미뉴엣 등
14곡의 클래식이 담겨 있다.
얼후는 두 줄의 현에서 길고 긴 한숨이 베어 나온다.
음악은 이처럼 본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이 어지럽다.BR> 그러나 감정이 안정 되었다가 현에서 나오는
소리에 따라 슬픔과 기쁨이
쉼없이 뒤바뀐다. 발랄하게 춤을 추었다가도
어느새 깊은 한숨을 쉬게 하고,
가만히 지켜보다 또다시 기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눈물이다.음악은 이렇게 여러가지
감정을 표출해야 제 맛이란 걸 중국의 악기 얼후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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