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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록차를 마시는 때
생활을 눈 따악 감고
구름되어 흐르고만 싶을 때
설록차 한 잔 물에
구름 띄워 마셔본다
맛없음의 참맛이야말로
부처님 미소로 데려가주는 듯
더는 못 참겠다
깜박 넋이 나가려는 때
한 모금 설록차를
두 모금에 나눠 마신다
그 사이 부딪치는 찻잔소리
타일러주는 드맑은 음성
잔 안에 가두어지는가
그리움아 섧은 꿈아
차가운 흰눈의 빛깔
백설의 향기와 함께
폐허를 어루만지듯
늘 내 마음에 찰랑거려라.
詩 유안진
수록詩集 월령가 쑥대머리 책 펴낸곳 / 문학사상사 중에서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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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의 푸르름에 반해서
온몸 가득히 그 향기에 취해 있노라니
창밖의 두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의 선율이
가슴속을 파고를 만들면서 요동을 한다
그 파고의 요동속에서
동그랗게 그리운 얼굴들이
빛바랜 흑백 필림위에 한컷의 사진으로
감은 눈속으로 스치고 지나간다
어릴때 시골극장에서 보았던
비내리는 영화속에서
안타깝게 지나가는 주인공의 얼굴들처럼
깜박거리면서 스치는
그리운이의 얼굴들을
행여 놓칠세라
부동의 자세로 숨을 참으면서
무덤덤히 지나치는 영상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목이 메인다
감은눈을 눈을 뜰수가 없다
이 순간이라도 그리운이의 흔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운님들과 마음으로 닿아보니
따뜻한 정감이 나에게 전달되어
마음을 뜨겁게 덥혀온다
이 아침
하얀백자에 웅크리고 있는
연녹의 찻물에 어려있는
그리움을 찾아서
마음여행을 떠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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