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와 추사의 차
초의와 추사는
차에 인이 박힌 사람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추사는 차가 떨어지면 초의에게 서찰을 보내
차 보내기를 간청한다.
처음의 간청은 나중 협박이 되어
서찰을 받아 쥔 초의에겐 너털웃음을 선사했다
초의에게
초의 안녕하신가?
호남팔고 초의선사 보고 싶으니
간밤엔 눈꼽이 다 끼었나니
그 청량하고 고고한 모습 한번 보기 원하나니......
그러나 불사에 바쁜 몸 어찌 욕심 내겠는가
원컨데 초의가 만든 차라도 보내주시면
초의 대하듯 '초의차' 만지고 어르고 혀끝으로 음미하리니
이보시게,
일지암 토굴 민대머리
부처님을 모시는 몸이 그토록 신통력이 없는가
꼭 말을 해야 아시겠는가
'초의차' 떨어져 '초의차' 못 마시니
혓바늘이 돋고 정신이 멍해지느니
그러니 '초의차' 보내지 않으시면
내 당장 말을 몰아 일지암으로 향하여
차밭을 모두 밟아버릴 터
그러나 원망하지 말아야 할 것은
'초의차'에 중독시킨 죗값 응당 그대의 몫이려니
추사의 그런 글을 받으면 초의는 잿빛 장삼자락이
펄럭이도록 온몸을 흔들어 웃어젖히며
답서를 보냈습니다.
추사에게
어허허, '초의차'에 환장한 사람이구만
마치 양귀비에 중독된 사람처럼
분별없이 글을 쓰셨구먼
천하에 추사도 '초의차' 없으면
맥 못 쓰고 꼬리 꺾이고 마는구먼
쌉싸라한 맛 뒤에 숨겨진
오묘하게 풍기는 달콤한 여운을
두고 두고 맛보기 위해서
찻물없는 입속에 바람을 넣으면서
숨겨져 있는 여운을 끄집어 내어본다
찻물이 부글거리며 익는 소리는
인위적인 자연의 소리를 가져다 놓은것이요
숙우와 다관과 찻잔을
찻물과 어울리는 따사로움을 만들기위해
뜨거운 물 부어 덥혀놓고
데워놓은 다기에
차 우려낼 물을 부어놓으면 부글거렸던 찻물이
숨이 죽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벌써부터 혀끝에 감도는 쌉싸로운맛을 보기위한
침이 고인다
확독에 띄워놓은 단풍잎과
창문에 들어오는 바람으로
온몸 흔들며 연기되어 사라지는 향냄새와
거실에 가득찬 소리의 향연과
좋은 사람과의 도란거리는 소리를
어울림으로 만들 수 있는
차마시는 시간을 즐긴다
차를 마신다는것은
기다림을 마신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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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암에있는
유천의 물로 차를 끓여 마시면
단맛의 여운이 길게 느껴진다..
일지암에 갈때는 물병을 가져간다
단맛을 길게 맛보기 위해서
그러나 바람이 달라서인가
일지암에서 두륜산자락 쳐다보며
마셨던 그 차맛은 아니다...
다산의 차욕심은
누구나 부릴수 있는 욕심이다
다산이 부러운것은
나이와 지위를 뛰어넘은
살가운 우정을 가졌다는것이다
다산과 초의와 소치의 끈끈한 맺음에
부러움이 앞서는 아침에
넉넉하게 차를 우려서
주위의 동료들에게 차를 보시했더니
그래도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저 먼나라에서
지금도 초의와 다산이 만나서
찻잔을 기울이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