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전차(雨前茶) 다려놓고 / 성원스님
우전차 다려놓고 기다리는데
벗이여 어이이리 더디 오시나
앞산 등성이 진달래 붉은 잎
홀로 피었다 이산에서 지고
비 머금은 안개구름 골에 가득해
괜시리 하늘만 바라보는데
오늘이라 벌써 곡우(穀雨)이고 보면
오는 비 탓함도 괜한 욕심
이 봄도 이렇게 지나가는 걸
벗이야 무엇이 아쉬우리 만
우전차 맑은 향에 취한 이 마음
고요히 멎어 있는 찻잔에 비치어
기다려 오지 않는 벗보다도
속절없는 마음이 홀로 부끄러
창(窓)을 등지고 앉아 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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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기의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차탁에 진열해 놓은 백자를 치우고
옥에 티처럼 찍어놓은
청화백자를 진열해 놓았다
여름에 깔아놓은
둔탁한 초석의 다포도 치우고
먹물 입혀 치자염색,감염색,황토염색,홍화염색 천을
갖가지 모양새로 꾸며놓은 다포를 깔았더니
혀끝에서 감기는 차맛이 생각난다
찻물을 올려놓고 물이 익는동안에
茶樂보다는 검은밤을 빨아들일것 같은
zazz의 감미로움에 빠져보고 싶어
차음악으로 어울릴것 같지 않는 재즈곡을 선곡한다
물 익은 소리 들리기에
곡우에 따서 정성들여 덖어놓은
곡우차를 개봉하여
분위기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음악애 취해서
비소리 들리도록 창문도 열어놓고
베란다에 들치는 빗물과 바람을
손님으로 초대해 놓았더니
또르륵
또르륵
찻물 넘치는 소리
맑은 우전차향기에 휩싸였더니
이게 신선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 Wild is The Wind / Nina Sim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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