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우물 길어다가
밝은 창가에서 차를 달이네
온 정성 다해 물을 끓이니
뼛속까지 스민 사악한 생각이 지워진다네
시냇가에 달 떨어지고
푸른 구름은 바람을 비끼는데
그 가운데 참다운 마음을 알고서
다시 침침한 눈을 씻는다
( 목은 이 색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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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눈꺼풀은 아래 꺼풀 만나고 싶어하는데
해야 할일은 산더미~~~
하얀 찻잔에
진한 연녹색이 물이 들도록
아깝지 않게 듬뿍 차를 넣어서
마시기에 아까울 정도로
고운 연녹색의 찻물을 마신다
목젖타고 내려가던 찻물이
온몸에 짜릇하게 퍼지더니
가느다란 혈관까지 모두 타고 갔는지
눈속에 환한 광명이 비치고 있습니다
창문넘어 녹색의 광명과
얼굴 간지럽히는
포근한 바람결에
마음 내어 널어놓는다
바람타고 팔랑거리고 들어오는
덜익은 낙엽이 친구마냥 정다운
나른하고 행복한 오후나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