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와 주는 계절병은
찾지 않아도 다정하게 곁에 주저 앉아서
병치레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수채화처럼 엮어놓은 창문에 드리워진
초록의 향연을 베풀던 이파리들이
이제는 풀 죽은듯이 자리바꿈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화장을 금방 시작했는지
이파리 끝에만 살짝 발라져있는데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온몸 전체를 화려함으로 물들여 놓다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바스락거리는 갈색의
형태로 사라지게 하겠지요
내가 무서워하는것은
화려함 뒤에 나타날 늦가을의 퇴락을
더 사랑하고 즐긴다는 겁니다
이 돌림같은 가을병은
언제나 사그라질련지요
얼마전부터 심심하면(?)
책 몇귄씩 가져다 주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가져다 준 그 책에 빠져 있습니다
또 울 신랑 가을이 왔다고
앓을때 더 깊게 앓으라고
재즈 CD3장으로 가을병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올 가을병의 시작은 이것으로 부터입니다
저녁마다 재즈마당 만들어서
어울릴것 같지 않으면서
묘한 늬앙스를 풍기는 찻자리에
재즈의 그윽함은 귓전에 울리게 하고
차향은 마음에 담고
책속의 글자는 마음에 담아놓으면
세상 부러운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깊어지려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