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끓이는 마음..................
원성스님
햇살이 따사로운 정오
소나무가지에 대발 걸어 놓고
너른 잔디 돗자리삼아
다판을 벌여요
천년 샘에서 물을 길어와
솔가지를 주워 다가 찻물 끓이고
공양간에서 거둬온 누룽지 꺼내놓고
화사한 웃음으로 좀 기다리라 하지요.
살랑살랑 부채질 하며 물을 끓이는 동안
도반은 나를 위해 시를 읊어주고요
또 한 도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춰요.
하늘하늘 토끼풀꽃 코러스도 기막히네요.
햇빛을 조금 섞을까요.
계곡의 물소리 한큰술
솔잎 향기 두어 숟가락
맑은 바람 즙 약간
멀리 가는 진한 향기보다
오래가는 은은한 향기이고 싶어요.
뚜껑 꼬옥 닫아 흔들기 전에
내 마음도 담뿍 넣어야지.
도시속의 푸르름에 반해서 이사를 왔는데
언제부터인지 포크레인 굴러가는 소리와
망치소리가 등산로의 허리들을 잘라 놓았지만
개척하듯이 또다른 등산로를 찾아가는 중에
잔설 남아있는 숲속에 겨울가뭄으로 퇴색되어버린
차나무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산속으로 들어갔더니
숨어서 반기는 차나무의 군락들..
움트면 다시 찾아오리라고 기약하고
곡우때를 맞추어서 토요일 오후에 찾아갔더니
보드라운 속살같이 연녹의 숨트임이 시작되었네요
속살의 부드러움이
행여나 부서질새라 고이 따온 찻잎이 작은 바구니로 가득
저녁을 밝히면 남편이랑 덖었던 연녹의 찻잎이
갈색의 찻잎으로 변했을 때는 온 집안은 상큼한 차향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다음 두번이나 더 차를 만들었는데
어제는 신랑이 이른 퇴근으로
우리차밭(우리만 알기에 그렇게 붙였습니다)에 가서
바구니 가득 내가 퇴근하기 전에
팔목을 데어가면서 덖어서 너른 대바구니에 한지 깔고
베란다에 널어 놓은 차냄새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 향에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족히 두통은 될것 같다
비료도 없었고 농약도 없이 가시덤불이 막아주고
대나무가 비바람 가려준 야생차밭에서 따온 찻잎들이
올 일년 차양식을 곳간에 채워주었습니다
고소하고 향긋하게 덖어놓은 차를
늦은밤 불 밝히고 음악올리고
향피우고 촛불 밣히고 둘이서 도란도란
다담회를 가졌습니다
음악/원장현 날개 (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