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박희준...
한잔의 차
한조각 마음에서 나왔으니
한조각 마음
한잔의 차에 담겼네
봄바람에 나부끼는 찻잎을
깃발이라고 한다
차를 만드는 일은
펼쳐진 깃발을 도르르 미는 일에서 시작한다
도르르 말리면 말릴 수록 더 향기로운 찻잎
도르르 말리면서 더 단단해 지는 찻잎
차를 마시는 일은
도르르 말린 깃발을 펼치는 일이다
더운 물을 부으면
겨울잡에서 깨어나는 대지처럼 피어나는 찻잎
깊은 밤 봄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찻잎
도르르 말린 깃발이 펼쳐지며 차 한잔이 된다.
이윽고 우리 마음 속에서도 깃발이 펼쳐지리라
차를 마시는 일은
마음을 깃발을 펼치는 일이다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향기로울까?
마음의 깃발도 도르르 말리면 단단해 질까?
마음이 깃발도 펼치면 대지의 잠을 깨울 수 있을까?
마음이 깃빌도 펼치면 봄비처럼 젖을 수 있을까?
마음을 담지 못하는 차 한잔을 내며
마음을 담는 차 한잔을 꿈꾼다.
============================
어제저녁에는
마무리 덖음을 겸한 시음회를 겸한 품평회를 가지기로 하고
함께 모여서 마무리 덖음을 하면서
일부러 문을 꼭 닫고 차덖음을 하였더니
온 집안에 차향이 가득 담기고
모인 사람들에게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
비오고 삼사일 지나서
별빛 반짝인 맑은 밤에 떨군 이슬을 가득 담은
다음날에 찻잎을 따면 차맛이 일품이라기에
좋은날을 골라서 찻잎을 채취하였다
올해는 찻잎을 씻어서 만들고 싶어서
씻어서 물을 닦아서 차를 만들었더니
처음부처 덖음차가 아닌 증차단계를 지나서
덖음을 합한 옥록차가 되었다
찻잎을 씻으면 차맛이 싱거워진다고 걱정을 했는데
예상외로 우려낸 탕색이 맑고 영롱한 비취빛깔과
독특하게 입술과 혀를 자극하는 독특한 차향으로
모든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서로가 입술로만 하는 칭찬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칭찬이 가득찬
다담회의 주제가 마음을 풍성하게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