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
바퀴살이 모여서
바퀴를 이룬다
그러나 수레를 움직이는 것은
바퀴 복판에 있는 구멍이다
질흙으로 항아리를 빚어 만든다
그러나 항아리를 쓸모있게 하는것은
텅빈 속이다
비어있음과
침묵
배우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배움의 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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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과 매화꽃이 벙긋거리기 전
2월의 막바지날에
그간 쓸데없이 모아진것을 비우기 위해
가족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 몸을 숨기기로 했다
산자락에 아스라히 지어놓은
토담집 넓다란 황토방에
각각의 짐을 풀고
딸내미는 책더미 위에 앉아있고
아들과 신랑은 굉음을 울리는
집앞의 계곡물에
정신을 깨우러가고
난 발 딛기도 힘든 흙냄새 나는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웠다
그순간 아무욕심도 없었다
....
늦은 저녁
굉음같은 물소리에 묻혀서 들리는
트랜지스터에 나오는 음악소리와
책넘기는 소리만 깊은산속 정막에
보탬을 가하는가 했더니
울 신랑
어디에서 따왔는지
덜익은 매화꽃 몇송이,,
챙겨간 다구로 차를 끓여서
네식구 찻잔에 매화꽃을 띄워준다
밤새내내
채우고
비우고
...
다음날
훌훌 털고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지금도 그시간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