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권하며
.................... 김 혜숙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잔의 차를 달일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첫 햇살이 들어와
마루끝에서 아른되는 청명한 아침
무쇠 주전자 속에서
낮은 음성으로 끓고 있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다기 부딪는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정결하게 씻은 하얀 손으로
꽃 쟁반 받쳐들고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고단하고 가엾은 우리들의 삶
그 온갖 시름들
잠시 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은밀하고 그윽한 우리차 향기를 권하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늦은밤
커텐을 열어놓고
거실등을 끄고서
베란다에 불을 켜고
향과 촛불을 피우고
가락과 운율을 보태어 놓고
물익는 소리를 들으며
달그닥 거리는 찻잔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그간 모아둔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그간 쌓인
미움은 연녹의 찻물에 희석시켜버리고
기쁨은 서로 나누어서 배가 시키며
이제 둘이는 화끈한 사랑을 나누기 보다는
뜨뜨미지근하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것을
거듭거듭 되새기면서 부부의 정을 쌓습니다
다관을 높이들고
찻잔에 물 떨어지는 소리를 높여봅니다
또르륵.
쫘르르륵~~
그소리에 묵은 찌꺼기는 소리없이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