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엄마 줄라구 선물 가져왔어!"
할아버지댁에 갔다 온 딸아이가 현관문에서부터 큰 소리로 날 찾았다.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더니 내게 들이밀었다.
모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랬어? 엄마 이거 쓰라구?"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고마워 엄마가 잘 쓸께..."
수첩안을 몇장 넘기자 나뭇잎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도 엄마 줄라구 가져왔지."
할아버지 집에 있는 화분에서 하나 줏었단다. 그걸 주워서 수첩에 끼워넣고 빨리 엄마한
테 주고 싶어서 조그만 것이 얼마나 안달이 났었을까?
아... 정말 행복하다....
놀이방 차에서 내리면서도 낙엽하나 내게 안겨주는 딸아이다.
"엄마, 선물이야."
하면서 너무 행복한 웃음을 보이는 내 딸 다영이를 볼 때마다 나도 그냥 그 웃음에 빠져
버린다.
오늘 아침 화장대 서랍에서 그 수첩이 나왔다.
나뭇잎도 그대로 꽂혀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아....나의 하나 밖에 없는 여
동생이 떠올랐다.
내 여동생은 말을 참 많이 더듬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도 한두번 이불에 오줌을
쌌었다. 초등학교도 특수반 수업을 받았었고, 신발도 오른쪽 왼쪽 번번히 바꿔 신었었다.
생각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나에겐 참 불편한 동생이었다.
두 살터울 내 동생이 참 싫었다. 내게 걸려온 친구 전화를 내 동생이 받기라도 할까봐 벨
이 울리면 쏜살같이 달려가곤 했었고, 같이 목욕탕에 가서 나보다도 덩치가 큰 내 동생의
때를 밀어줄때도 친구들이 볼까봐 구석에만 앉았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단풍잎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각종 단풍잎을 모으고 코팅을 하고
책갈피에 끼우고 그런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동
생이 내 책상위에 나뭇잎을 잔뜩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하나같이 구멍 뚫리고 바싹 말라
있고 부서지고 .... 정말이지 단풍잎이 아니라 낙엽부스러기였다.
"어어언니이... 줄라아고....."
더듬더듬 혀 짧은 소리 내 동생 목소리가 어찌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났던지
"이게 쓰레기지 단풍잎이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교과서를 폈는데 아 그 낙엽 부스러기가 책갈피마다 꽂혀 있는
거였다. 그걸 책갈피에 끼우면 빳빳해진다고 믿었을까...? 내 교과서 가득히 채워진 동생
의 모습이 너무 짜증스러워 교실 쓰레기통 앞에서 털다털다 끝내 난 울음을 터뜨렸다.
그랬던 동생이었다. 내겐 짜증스럽고 짐이고 참 없었으면 좋겠을 동생이었다. 그 동생이
지금 정말 없다. 동생은 철이 들면서 가출을 몇 번 하더니 급기야 집을 나가버렸다. 스물
이 되기도 전에.... 지금은 내가 맘껏 사랑해줄 수 있는데... 지금은 내 딸 아이의 이모로 얼
마든지 자랑스러울 수 있는데...... 지금은 ....... 내 동생이 어떤 모습이건 .....
딸아이가 제 이모를 닮았나보다.... 딸아이가 제 아빠에게 준 카드에도 나뭇잎을 하나 넣
었더란다.
아 더이상 쓸수가 없다. ..... 눈물이 쏟아지면 끝이 있겠는가? ....아예 시작을 말자.
그저 나뭇잎 빛깔이 곱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