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지금으로부터 오십여년 전의 일이다
내가 너댓살 때니까...
친정 엄마와 친정작은 어머님이 가끔 이야길 하시는데...
난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셋째딸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단다
철들기 전부터 천자문과 구구단은 외우고 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겨울이면 그때는 춥기도 참 무척이나 추웠고
눈은 내 키보다 더 높이 내려서....
겨울이 깊어갈수록 농촌에서는 겨울밤 입이 궁금해한다
땅에 묻어노은 고구마를 쪄먹거나...무우를 꺼내서 간식으로
먹었던것 같았다...아님 빈대떡이라도 해먹고...수제비 해먹고
또는 밀가루와 쑥과 콩가루를 석어서 개떡처럼 가마솥 속에다.....
너무 맛있었다...요즘 아이들은 먹을까 싶다...?
그당시 설탕가루는 사치품이다
우리 막내 삼촌이 결혼을 하신단다
그러니까 나에겐 작은엄마가 들어 오시는거다
시골 처녀이지만 마음씨 너무 곱고...이쁘고..
우리 엄마는 맏이라서 동서들에게 잘 하시는것 같았고
늘 형님이 뭐던지 우선으로 받들어 주는걸 보며 성장했다
우리 친정 아버지는 넷의 남동생을 결혼 시키면 2~3년을
한집에서 살다가 분가를 시켜 주셨다
나는 그 이유를 이제사 알것같다..
그러니 형제분들의 우애가 좋으셨다
어느날 내나이 다섯살 즈음으로
친정아버님이 막내 제수씨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걸 들었다
"제수씨 친정 부모님이 뵙고 싶으시죠"......
"다녀 오세요"
시집오신지 벌써 해가 바뀌었으니 그리하세요
아우에겐 제가 일러 두겠습니다
하여....
막내 작은 엄마는 친정에 오랫만에 가신다는 기쁨으로 밤잠도 설치시며
집안일에 흥이나셔서 어쩔줄 모르신다
[당시는 전화가 없었다...무슨일이 있으면 전보를 쳤고]
출발전날 작엄마는 큰형님인 우리 엄마에게....
형님 저 친정 보내주셔서 감사 합니다
엄마는 막내 동서에게 뭘 주시는듯 했다....
형님 셋째를 함께 대리고 가면 안될까요....하시더라...
난 무슨 영문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것 같은데
다음날 한낮이 되니
얘~~ 셋째 옥아 이리 오너라
너 작은 엄마따라 다녀 오너라....
난 거역할 처지도 못되어 작은 엄마(새댁) 손을 잡고
드디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작은 엄마는 커다란 보자기를 손에 들고...머리에 이고
나도 작은 꾸러미를 들고 예산역으로 걸어서 따라가며
내 살던 집을 힐끔힐끔 뒤돌아 보면서 점점 집이 멀어지며...
해질녘이면 돌아 오겠지 위안을 하면서....
드디어 나는 난생처음 기차를 탓다
정말 무지 무지 기차는 커 보였다
차창 너머로 보니...헉~~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세상에나... 산이며...전봇대가 모두 다 떠내려 가는게 아녀..?
작엄마 저것들 다 떠내려가유~~~~하며 작엄마를 꼭붙잡았다
기차 승객들은 모두 깔깔대고 웃는데 나는 신비로운 재미도 있지만
웃는 영문을 몰랐다
대천까지 오는 시간이 왜그리 긴지
기차에서 내려.....
다리가 아플정도로 한참을 걸어서 긴 들판을 가로질러 가니
마을이 보였다.....
나는 맥도 풀리어 허기지고 정신이 없었다
울 작엄마는 신나게 걷다가 나를 기다려주고
안되겠다 싶어선지 이내 나를 업고 가신다
드디어 작엄마 친정에 도착하니
꿈에 그리던 딸이 친정에 와주니 그 어르신들 눈물이 범벅되어
기쁨의 재회를 맞이 하시는걸 보며
나는 꿔다 논 보릿자루 신세다
잠시 안정이 찾아지자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저그가 사돈댁 아가씨냐........네.....
난....작엄마 집에 은제 가유.....
이잉....금방 갈겨....
나는 갑자기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이 보고싶었다
눈물이 줄줄 흐르고 하니....사돈께서 날 업고 과자며 사탕이며
예쁜 옷까지 사주시는데도 나는 집에가자고 떼쓰기만 했었다
몇일이 지나고 거의 보름이나 있는게 아닌가....
난 생각을 해봤다
이게 일도 작은일이 아닌가벼
작엄마랑 나랑 여기서 살라고 보낸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니 정말 큰일이 났다...
에고..지성이면 감천일까....얘 옥아 내일은 집에가자.....
어린 마음에 이제 살았다 싶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작엄마 친정은 부산했다
보름간을 첫 나들이에... 휴가를 보내주신 우리아빠의 큰 마음을
사돈께서는 감복을 하셨나 보다
택시를 (시발택시 = 초기 한국의 택시) 대절해서 친정까지
대려다 주시는데 너무 신기한 문명을 접한 나는
입이 딱 벌어지며 보름의 앙탈도 아랑곳없이 신나게 달려서
집으로 집으로 무사귀환
지금 작엄마 칠십후반....
아직도 큰집 일이라면 노인네께서는 발벗고 나서신다
나는 지금도 그 어른께 고향에 가면 반드시 찾아뵙고 넙죽 큰절을 올린다
복도 짓고 받는것이고.....
덕은 쌓아야 후손에게도 좋은 모양이다
오늘은 옛날이 회상된다
그러고보니 나도 두주후면 쉰일곱 되네.....
{ 이 이야기는 친정 식구들과 친정 어른들을 뵈오면 가끔 듣다보니......
더 재밋고 웃지몰할 이야기도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