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갔던 그곳에 아주 커다란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보라색의 꽃이...향기가 가득한 라일락이 가지가 무거워 보여
그리고 너무 예뻐서...사실은 작은 욕심에..
축 늘어진 라일락을 몇가지 꺾어 가지고 왔다.
너무 더운 날씨에 꺾은 라일락이 시들까봐...그럼 너무 미안하니까
종이컵에 물을 조금 넣고 휴지를 넣어 축축하게 한 다음에 가지를 넣어서
차 트렁크에 넣었다.
트렁크에 넣었는데도 오는길에 내내 차안에 가득한 라일락 향기가 나를 기분좋게 했다.
좀 들뜨게 했다고나 할까?
동그란 화병에 꽂았더니 거실 가득한 라일락 향기에 아주 잠깐 나는 행복함에 젖어 본다
라일락 향기 가득한 이맘때만 되면 문득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눈이 유난히 커다랗던 그 애...
고3때...졸업이 얼마 안남은 그때 겨울...
좀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 나름대로 쫑파티 준비도 했던가?
하여간 그때 반장이었던 그애에게 반 아이들이 노래를 시켰던거 같다.
그때 그 아이가 불렀던 노래가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 였다.
"웃음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그애 눈에..
그 커다란 눈동자에 가득 고였던 눈물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가 없다.
그때는 겨울이었는데...
단정하게 입은 교복에 곱게 땋아 내린 머리....
커다란 눈에 가득 고인 눈물...그 눈물 때문에...
그 노래 때문에....라일락 향기 때문에....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도 나는 라일락 향기 흩날리는 이맘때만 되면
단정한 교복의 양갈래로 땋아 내린 소녀의 모습으로 그애가 기억되고...
그 눈에 가득한 눈물과 노래로...
아주 커다란 그리움에 아주 잠깐...가슴앓이 같은 아련한 추억에 젖게 된다.
라일락 향기 가득한 지금......
그 향기 때문에...그 추억 때문에 ..
그래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