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도 밝은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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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니....달이 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보름날이구나... 어제 오곡밥 하고 나물 하고 그랬는데...식탁위엔 아직도 먹다 남은 땅콩 호두등이 담겨 있는데.... 아니 당장 오늘 저녁으로 어제 먹다 남은 오곡밥에 나물을 넣어서 비벼 먹었는데 보름달이 떴을 거라는걸 그새 잊었다. 요새 내정신이 이런데.... 나한테 뭘 바라는 건지... 어릴때 무슨 때가 되면 했던...먹었던...여러가지 일들이 생각해 보면 참 좋았다. 중학교때 오곡밥 먹는날 우연히 우리집에 놀러오게 되었던 친구들은 엄마가 해주신 나물과 오곡밥을 한 상 가득 받아서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친구들은 정월대보름날이 다가오면 항상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때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고... 그래서인지 나도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오곡밥을 하고 나물을 하고.. 항상 그렇게 준비하게 된다. 다행히 애들도 맛있게 잘 먹어주고.... 나처럼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오곡밥을 좋은 추억으로 그리워 할지도... 어제 늦게 오는 바람에 오곡밥을 못먹은 남편은 오늘 저녁 남은 나물과 남편때문에 다시 지은 오곡밥을 먹으면서 한 마디 한다. 어머니가 딸들이고 며느리고 오곡밥 드셨냐고 전화 한통들도 안한다고... 그제서야 아차! 했다. 그러더니 통을 하나 달래더니 조금 남겨진 나물들을 주섬주섬 덜어서 담는다. 내일 출근길에 어머니 갖다 드린다나... 내일 아침에 오곡밥도 지으란다 그리고 무국도 끓이고..... 그것도 다 싸서 갖다 드린다고... 그래.....전화 한통 안한건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핑계를 대자면....그래 핑계다.. 나도 정신이 없었다. 눈 오고.. 비 오고...바람 엄청 불고... 그리고 갑자기 발이 아프다는 아이때문에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고 생각지도 못한 물리치료까지 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보낸 하루였는데... 좀 봐주면 안되나.... 이번엔 어차피 못했으니까 다음에 잊지말고 챙겨 드리라고 하면 안되나? 꼭 저렇게 주섬주섬 챙겨서 ...저렇게 해야 하는지.. 속좁은 나는 그냥 화가나고 마음이 무거워 졌다. 내일 아침에 오곡밥 할 준비 하려고 베란다에 나갔다가 하늘을 보니 달이 환하게 둥그렇게 떴는데... 나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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