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들한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설 명절이 드디어 지났다.
올해부터 어머니가 지내시던 제사를 형님댁으로 옮겼고 난 웬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은시댁이 가까운 곳이라 아침 일찍 가서 만두며 녹두전이며..
여러가지 일을 다 해놓으면 집에 와서 편히 자고 당일날 아침에 일찍 가면 되었는데
큰집은 거리가 좀 멀어서 그렇게 와서 자고 할 수 가 없었다.
모처럼 커다란 가방을 꾸리고 버디 혼자 집에 두고 갈 수 없어서
버디까지 데리고 가려니 버디 짐만도 한 짐 되었다.
무슨 때가 되면 일하는걸 겁내지 않으시는 어머니는 만두속 만들 김치도 집에서
다져 오시고 밀가루 반죽도 해 놓으시고 나물이며 여러가지를 직접 열심히 하셨다.
평소처럼 녹두전이며 여러가지 전 부치는 담당인 남편은 어머니가 며느리 살림이라고 어색해 하지 않으시고 참기름이며 간장이며 여러가지 양념을 알아서 척척 꺼내서 하시는걸 보고 내심 마음으로 기분좋아 하는거 같았고 나도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성적이고 사람들하고 친해지기 쉬운 성격이 아닌 나는 형님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때나 되면 보게 되니..그렇다고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형님댁에서 하루밤 잔다는게 맘속으로 많이 불편했나 보다.
친정엄마하고 작은 엄마가 서로 의지하시며 동서지간에 허물없이 지내시는걸 보면서
나도 형님하고 그렇게 허물없이 편하게 쇼핑도 다니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수다도 떨면서...아주 편한 동서지간이 될 수 있으려나 하고 가끔 생각 했었다.
생각보다 편하게 지낸 큰집에서의 설 명절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이들면 형님하고
아주편한 허물없는 동서지간이 될 수 있을거 같은 그런 예감이 아주 좋았던 기분좋은
설 명절이었던거 같다.
너무 이쁜 버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