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는 아침 함민복 프로 가난자인 거지 앞에서 나의 가난을 자랑하기엔 나의 가난이 너무 가난하지만 신문지를 쫙 펼쳐놓고 더 많은 국물을 위해 소금을 풀어 라면을 먹는 아침 반찬이 노란 단무지 하나인 것 같지만 나의 식탁은 풍성하다 두루치기 일색인 정치면의 양념으로 팔팔 끓인 스포츠면 찌게에 밑반찬으로 씀바귀 맛 나는 상계동 철거 주민들의 눈물로 즉석 동치미를 담그면 매운 고추가 동동 뜬다 거기다가 똥누고 나니까 날아갈 것 같다는 변비약 아락실 아침 광고하는 여자의 젓가락처럼 쫙 벌린 허벅지를 자린고비로 쳐다보기까지 하면 나의 반찬은 너무 풍성해 신문지을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