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풍덩빠지다
마음이 머무는곳 2006/07/31 17:54   http://blog.azoomma.com/byulo222/229951

"엄마, 낼 면회 올수있어요?"

 

"응? ....."

 

얼마전부터 면회를 가려고 맘먹고 있었지만
장마기간이어서 더 있다 가야지 했더니 금요일날(28일) 저녁에 느닷없이

아들녀석이
전화를 걸어서 내일 올수있냐고 추궁?하는것이다.

 

엄마만 승낙하면 아빠는 괜찮다고 했다나.

 

그리하야 처음으로 강원도 홍천땅에 발을 내 디뎠으니
이것도 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니던가!

 

그냥 놀러가는것하고
군복무하는  아들에게 면회가는것 하곤
의미도 기분도 틀리지 않던가!

 

어쨋든 신나게 달려서 원주를 지나고
횡성을 지나고 홍천엘 도착해
터미널 근처에서 잠복 형사처럼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들녀석이 뚜벅 뚜벅 
걸어와 인사를 한다.

 

외박허가를 받은 동기들과 pc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걔네들만 놔두고 혼자 나오니
미안하다고 하기에
그럼 가서 데리고 오라고 해서
합류를 했는데,

 

아들 동기들이 부산 출신이라서 
회를 먹고 싶다고 했다고 하기에
우리 일행 다섯명은 횟집을
물어 물어 찾아가 마주앉게 되었다.

 

평소 고기는 늘 먹지만
회는 먹기 힘들다며  맛있게 먹는 장정들을 바라보자니
다 귀한 자녀들인데 먹고싶은 회도 맘대로 못먹고

제한된 공간에서 경직된 군생활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까 싶어
자꾸 자꾸 그네들 앞으로 맛난 음식들을 놓아주며  내심 고맙고
기특한 생각이 넘실거린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모처럼 생각지도 않던 포식을 하게된 동기들의 고마워하는 표정을 뒤로
우리 세식구는 춘천을 향해 또 달렸다.

 

홍천은 볼거리도  쉴곳도 마땅찮은것 같아서 인근
춘천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에 남편과 그전부터 친분이 있던분이 계셔서
전화를 하니  대환영이었다.

 

그분의 안내로 춘천에서 젤루 괜찮다는 닭갈비집으로 안내되어
푸짐하고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그분이 근처 관광호텔을 예약했기에  잠자리 걱정없이
곧바로 춘천 국립 박물관으로 자릴 옮겼다.

 

요즘 춘천은 문화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는 시기였다.
신문에서 보긴 했건만 크게 관심갖지 않았는데.
아카펠라 공연과
밤 9시에  야외에서 벌어지는 "순풍에 돛달고"라는 마당극을
관람하며 잠시 춘천 시민이되어 신이났었다.

 

관람을 끝내고 또다시 구봉산으로 안내되었는데,
그곳엔 늦은 시간인데도 인형극을 보려고 몰려든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그 특이하게 잘 지어놓은 건축양식에  촌스러울 정도로 집착하며
타향에서의 밤은 달콤하게 무르익어갔다.

 

그렇게 하룻밤을 정신없이 자고나니
유리창 너머로 뿌연 호수가 비춰들고 역시 호반의 도시답게
아름다운 전경들이  하루를 예약하고 있었다.

 

그곳이 중도 관광지 의암호였는데.
장마로 인해 호수가 어찌나 흙탕물이던지
배타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안탄다고 했더니

남편이 여기까지 와서 그냥가면 되냐고 반 강제로 태워서
잠시 배를 타고 내렸는데,

세상에  별천지가 펼쳐질 줄이야.

 

겨울연가를 촬영했다던 그곳에 내려보니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면서  레져와 휴식을 취할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해놨는데  세상에 만상에
이곳을 지나치고 그냥 갔더라면 얼마나 크나큰 실수요,

손실이었나를 생각하니
반 강제로 배에 태운 남편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도록 고마웠다.

 

한없이 펼쳐진 짙푸른 잔디와 숲길, 그리고 잘 정돈된 자전거 도로를  

두대의 자전거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다가

제 아빠를 따돌리겠다고 마구 달려갈때  아들 꽁무니에

매달린 나는 어린애처럼 무섭다고 천천히 가라고 소릴 소릴 질러대니

뒤에서 추격해오던 남편이 우스워 죽는다고

껄껄거리며  씩씩대고 쫓아오던 모습,

 

그리고 힐끗 힐끗 뒤돌아보며 아빠가 앞질러 갈까봐

웃으며 조바심을 치던 아들의 웃는 얼굴이란

이것이 바로 그 끈적 끈적하고 질척 질척하고 질기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구나!

이것이 가족사진이구나를 연실 실감하며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속에 몰입되었었다.

 

이 달척지근한 행복에 푸욱 빠져서

이대로 집에가지 않으면 안될까 철없던 생각도 해보던

그런 시간이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소양강댐에 잠시 들렀다가
아들을 부대에 복귀시켜주고 떼어놓고 오는데
어찌나 허전한지 보물 보따리 잃어버리고 오는듯
마음 한쪽이 서운하다.

 

아들아! 네 덕분에 구경잘하고
너무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었구나.


가을쯤에 또 가서 추억하날 더 만들어 와야겠다.

전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이왕 나라를 위해 나선 몸 성실히 근무하다
손끝하나 다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렴.
사랑해  아주 많이..

( 사진찍는걸 별루 좋아하지 않는 아들하고 겨우 달래서 한장 찍었더니

어머 날씨도 흐리고 뭐 이러우? 그 잘난? 인물이 안보여 흑흑  ㅎㅎ

아휴 ~ 의암호를  안들어갈줄 알고 카메라를 차에 두고 그냥 간것이 후회막급이라우.

그래두 소양강 댐에서 한장이라두 했으니 이거라두 증거를 남길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