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남편인지 내편인지 하여튼 남자
그가 오늘 나를 무지 화나게 만들었다.
아침에 출근을 한번 하려면 여하튼 온집안을
전부 들쑤셔놓고 늘어놓고 오방난장을 만들어놓고 나간다.
집안에 오일장이 선건지 칠일장이 선건지 온갖 중고물품들이
이리 저리 나뒹굴고 야단이다.
오늘 아침도 양복이란 양복은 모두 꺼내서
늘어놓고 먼지란 먼지는 풀풀거리며 입을옷 선정에
골몰한다.
남자 양복 색깔은 거기서 거기여서 자칫 상의와 하의가 헷갈리게 짝지어져
있을때도 있는데,
그럴때는 상표를 보고 맞추면 되는것을 성씨가 전혀다른것을 골라 입고
"어째 이거, 아닌거 같어"
그러면서 벗고 또 벗어놓고 이거야 원,
짜증이 솟구치지만 참고 제대로 맞춰서 입혀놓고
어질러진 옷들을 주섬 주섬 장롱속에 넣어놓기가 무섭게
대뜸 구두도 닦아달라는거다.
구두야 가끔은 닦아주지만 오늘은 아니다.
구두닦을 기분이 아닌거다.
엊그제 조기축구회에서 임무도 막중한 골키퍼를 맡고설랑 마구 날아오는 공을
용을쓰고 밀어내다 어깨부상을 입고와서
맨날 맛사지 해달라, 약발라달라, 옷입혀달라, 안달 복달이다.
왜에 늙은노장들만 이쪽편에 배치를 해서 공이 자꾸 날아오게 만드느냔 말야
왜에 그만큼 나이먹었으면 그깐 공이 그물속으로 들어오든 말든
막는시늉만 하지 몸을 아끼지 않았느냔말야.(물론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일일이 시중을 들어야 하니 힘이들어 죽겠는데,
어린애처럼 아프다 징징거리면서 시녀처럼 부려먹는것이 속상해
구두는 사절하고 인상쓴 얼굴로 홱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 그랬더니 별안간
현관에서 뇌성벽력같은 소리가 방으로 너울 너울 넘어온다.
"구두 안닦어?"
햐참 이거봐라
내가 누구 구두닦이 전용시녀인가 !
"안닦어"
나두 대들듯이 단칼에 부정을 내질렀다.
" 그래에?"
그소리와 동시에 현관에 벗어져있던 운동화, 슬리퍼, 구두, 등등
신을것들이 줄줄이 마룻바닥으로 퉁탕 퉁탕 소릴 내지르며
뛰어들어와 뒹군다.
햐 ~~~
이거 신발로 육탄전을 벌여봐?
아침이다
내가 참자 참어.
그리고 아뭇소리 않고 그대로 있었더니 나갔다.
이거이 이따 저녁에 한판 벌여봐?
웃을일은 아니지만 운동화로 할까 구두로 할까 슬리퍼로 할까
구두는 딱딱해서 때리기 좋을거야.
아냐 아냐 슬리퍼가 가볍고 넓적해서 등때리기는 최적이지
그래 아무튼 어떤거든 집어들어
공세를 펼쳐보던지,
미안하다고 하면 슬그머니 내려놓고
애교작전으로 전향하던지
두가지 상황에 밑줄을 긋는다.
싫어도 절대로 화를 내거나 인상을 쓰거나
자기말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면
화가나는 사내.
그 사내를 오늘 건드렸다.
오 신이시여~~
이 여인에게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