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탁이 부실하다.
아니 초라하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차질없이 병행하자니
몸과 마음이 늘 피곤에 절어있을때가 많아서
식구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부실표 차림새가 될때가 종종있다.
거기다 무슨 운전을 한답시고
그 많은 차량들을 헤치고 사무실과 집을 아무일없이 오고가려니
얼마나 신경을 써야하는지 집에오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만치 눈이 쑤욱 들어가 있기 일쑤다.
오늘 아침도 부실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치우려고 일어서는데 ,
딸래미가 뭔 작은 박스를 식탁위에 올려다 놓는다.
"이게뭐니?"
..... 아뭇소리않고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박스를 잘라서 거기다 이쁜 종이를 붙이고
그위에 해피 버어스데이 를 영문으로 쓰고 바로옆에 분홍리본을 매달고
그밑에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앞으로 더 잘하는 딸이 될게요.
내사랑 엄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오늘이 무슨 생일이야?"
또 말없음표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거실에 걸려있는 달력으로 마구 내달려
짚어보니 아뿔싸
오늘이 내 생일이라구?
참참 참참
바쁘게 살다보니 생일도 잊어먹네 참
남편도 아들도 잊어먹고 본인까지도 잊어먹은 내 생일
그생일이 바로 오늘이란다.
식구들 아무도 반응이 없고
나마저 이게 뭐냐구 물으니 딸도 잘못안것 아닌가
말없음표를 던졌다나 에구구~~
그러잖아도 딸래미가 며칠전에
엄마 생신 잊지말라고
제 아빠한테 문자를 날렸다는데 그걸 또 까마득히 잊어먹고
어젯밤도 술고래가 되어 들어왔으니 쯧쯧
아이크림하고 리본과 큐빅이 박힌 작고 앙증맞은 귀걸이를 사다
귀에 걸어주는 딸래미가 어찌나 이쁘던지
이래서 딸이 좋은거구나
늘 무슨일이 있으면
겉으로 요란떨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엄마를 생각해주는 딸아이 때문에 오늘
깜빡 잊고 있었던 생일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잠보가 잠을 줄여가며
박스를 금빛 은빛으로 장식하고 그림까지 그려넣느라 쪼그리고 열중했을것을 생각하니
가슴한켠이 찡찡찡 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