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채은선
아들이 나간다 이층 계단을 두두둑 내려가 현관으로 바삐 나가 쾅, 문이 닫혀 버리면 세상이 아들을 받아 품고 간다 어미는 불안하다 아들을 세상에 빼앗겨 두렵다
아들은 콧노래를 부른다 차창을 열고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아들의 시간은 구름 위에 떠 있다 세상은 아들의 다리를 휘감고 더 깊은 꿈과 더 깊은 잠속으로 데려가, 집을 잃어 버리게 한다 세상이 주는 밥은 더욱 허기지고 달콤하다 아들이 건너는 다리는, 돌아오기 까지는 긴 시간을 요하는 집념의 다리이다 어머니는 눈물의 밥을 삼키며 기린목이 되어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이 그어놓은 선을 따라가는 아들의 그림자를 예감하며 어머니는 초승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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