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채은선
한줄로선 가족들이 체조를 한다
얼굴은 세상으로 나가고
체온담은 옷들이 뒷담화를 한다
넌 왜 요즘 비실비실 하니
통 얼굴보기 힘들어
오랜만이야
사무실에만 있어서 그래
난 이제 갈 때가 다됐어
엉덩이가 낡아서 다음에 여기 못올꺼야
넌 냄새가 많이 난다
아버지 하시는 일이 힘들어서
땀 많이 흘리는데
잘 안행궈져서 그래
하루종일 조곤조곤
바람이 건드릴 때마다
가족사가 흘러 나온다
버티던 무게 휘청 거리면
끝줄에 매달린 아가옷은
그네 태워주는 줄 알고
집게에 물린채 잠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