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아침
채은선 시 2013/02/03 11:50   http://blog.azoomma.com/bomza/285286





가여운 아침

 

                        채은선

 

 

보리쌀을 간다 

동그란 학독에 보리쌀을 간다

작은 납작돌에 두손을 나란히 얹고

눈을 감고 납작돌을 힘껏 돌린다

보리쌀은 손등을 덮고

추운 마음을 덮고

허기진 가슴으로 올라탄다

텅텅텅 대문소리 요란하다

보리쌀이 심장을 발로 찬다

텅텅텅 남자가 대문을 발로 찬다

납작돌이 남자의 발등을 찍는다

봄자는 보리쌀을 간다

보리쌀이 귀를 막는다

대문소리 더 거칠어 지고

봄자의 심장 박동도 빨리 뛴다

엄마는 밤새 한숨 쉬며 울었고

남자는 앞집 봉숙이 집에서 자고

아침마다 대문을 발로 찬다

납작돌을 대문에 직구로 던진다

그 남자 머리통에 맞아

꼬꾸라지면 통쾌 하겠는데

납작돌은 하늘 위로 날아가고

봄자는 말없이 빗장을 연다

보리쌀이 토해낸 텁텁한 물로

더러워진 뇌를 씻고 있으면

안방에서는 비명소리 들린다

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소리

찰싹 찰싹

어린 동생들 벌떼처럼 우는 소리,

보리쌀은 가마솥에서 사납게 끓고 있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지글지글 지글지글

지글 지글 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