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채은선
어머니는 도마위에 오리 한마리 올려 놓고 턱턱 칼질을 하신다 냄비에 넣고 자갈자갈 끓이시더니 밥상에 둘러 앉은 자식들 앞에 올려 놓고 먹는것 보며 웃으신다 돌아서서 다음끼니 무얼 먹일까 근심 하시다 저녁에는 칼을 들고 당신 살을 베어서 육식 좋아하는 제비 새끼들 입속에 넙죽넙죽 살을 먹인다 짹짹이는 제비는 기형아 들이다 몇번의 봄이 지나도 날아갈 줄 모르고 벌레는 지겹다며 육식만 찾는다 늙은 어머니 기진하여 음식 구하러 나가지 못하시고 오늘은 이를 악물고 당신 살을 깍는다 맛있다고 입벌리면 허벅지살 깍아주고 피 흘리고 장단지살 깍아주고 피 흘리고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 피범벅 되어 비틀 거리면 제비들은 어머니가 붉은 몸빼 입은 줄 안다 옷에 빨간 물감 묻은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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