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채은선 시 2012/11/27 02:38   http://blog.azoomma.com/bomza/285263

 
 
자식

                    채은선
 


어머니는 도마위에 오리 한마리
올려 놓고 턱턱 칼질을 하신다
냄비에 넣고 자갈자갈 끓이시더니
밥상에 둘러 앉은 자식들 앞에
올려 놓고 먹는것 보며 웃으신다
돌아서서 다음끼니 무얼 먹일까
근심 하시다 저녁에는
칼을 들고 당신 살을 베어서
육식 좋아하는 제비 새끼들
입속에 넙죽넙죽 살을 먹인다
짹짹이는 제비는 기형아 들이다
몇번의 봄이 지나도 날아갈 줄 모르고
벌레는 지겹다며 육식만 찾는다
늙은 어머니 기진하여 음식 구하러
나가지 못하시고 오늘은
이를 악물고 당신 살을 깍는다
맛있다고 입벌리면
허벅지살 깍아주고 피 흘리고
장단지살 깍아주고 피 흘리고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
피범벅 되어 비틀 거리면 제비들은
어머니가 붉은 몸빼 입은 줄 안다
옷에 빨간 물감 묻은 줄 안다

 

 
 

sola / Ronan Hardiman /송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