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이재무
늦은밤 산속 임자 없는 밤나무들
다 익어 영근 밤알 연달아
토해 놓느라 날새는 줄 모른다
도토리 나무도 덩달아 바빠져서
바람을 핑계로 몸 흔들어 댄다
아람 벌어져 떨어지는 열매들
이마 때릴 때마다 끙, 하고
산은 돌아 눕는다
설핏 잠에서 깬 다람쥐
두리번 거리다 곧 귀를 열어젖혀
토독토독 열매를 세다 다시 잠든다
저 멀리 인간의 마을은
불꺼진 지 오래
신혼방 엿보고 오는 길인지
얼굴 불콰한 달빛
숨가쁜 소리로 환한 숲속
나무들 몰래 일어나
바심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내일 다산(多産) 마친 나무들
눈빛 더욱 맑고
몰라보게 몸은 수척해 있으리라
* 근 6개월만에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잠시 블러그 닫았다가 오픈 하였습니다
더 차분해지면 -궁시렁궁시렁- 들려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