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간 / 나희덕
좋은시 2011/08/10 04:27   http://blog.azoomma.com/bomza/284305
 
 
 
 
 
 
5분간  /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박이가 뛰어내려 안기는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젊어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버린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