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김혜순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어갈 때
발밑에 떨어져 쌓이던 가시들
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뾰족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
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오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 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Ja Vais Seul Sur Ia Route - Anna German 오늘은 내 생일이다(7.1 음)
어머니는 삼복 더위에 아기를 낳으시고
배를 곯으시며 우는 아기에게 빈젖을 물리며
눈물을 먹이시다가 먹거리가 없는 산모는 찬바람이 불자 결국
페염에 걸리시고, 아이는 윗채에서 큰엄마와 사시는 할머니께
암죽과 고구마를 받아먹고 자랐다 모진 생명의 힘,
엄마도 살고 아기도 살고...
겨우 회생하신 엄마는 돌이 갓지난 아기를 바라 보면서
둘째를 임신 하셨다
병원 한번 못가 보면서 아기에게 빈젖을 물리며
눈물로 두 생명을 버티고 있는데...
전쟁터에서 5년을 버티다 살아 돌아온 남편의 외로움은
죽음으로 아슬아슬한 아내가 어쩌면 놓쳐 버릴것 처럼
눈물 나도록 사랑스럽고 가여웠으리라
생일 아침을 혼자 맞으니(아이들 아르바이트 하느라 와이오밍주에 있음)
가여운 어머니 생각이 난다
그렇게 죽음을 이기고 자란 아기가 벌써 쉰 다섯이다
어려서 젖배 고픈것도 이기고
엄마 없는 아기는 절대 되지 않겠다고 엄마손 꼭 잡고 죽음으로 보내지 않고,
이 아기는 아기때부터 의지가 강하고 복이 많은 아기다....ㅎㅎ
새삼 자랑스러워지는 생명의 존귀함에 엄숙해진다
멋진 생일이다
생일상이 없고 식구가 없는 좀 쓸쓸쓸한 아침이지만
아무 걱정없이 맞는 생일 아침이
인생을 생각해 보면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좋다
길고 먼길을 돌아 왔으나 승리로 이끌어낸 삶이다
결혼해서 6년동안 아기를 갖지 못해서
시어머니와 형님은 이혼 시키려 남편을 설득했고
남편도 결혼 생활 3년쯤 되자 이혼해 주기를 원했다
6년을 버티다가 이제 정말 아기를 임신할수 없나보다 하고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 하면서
직장을 구해놓고 법원에 가려는데 입덧을 했다
그후로 아들셋을 낳고 가난한 집안을 일으키며 생각지 않는 이민을 와서
영주권 받고 사업하며 애들은 잘 커서 대학 생활을 하고 나도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있다 올해는 아이들 대학 때문에 콜로라도로 오면서
일에서 손을놓고(은퇴) 쉬면서 맞는 생일 아침이다
혼자라는 것이 가끔은 좋은때가 있구나 생각해 본다
어쩌면 긍정적으로 인생을 풀어 가는 내 성격인지도 모른다
내삶의 줄기마다에 생명의 젖줄을 공급하신 주님이 계시기에
살아 남을수 있었던 삶의 오기 같은것!
일주일 동안 와이오밍 집에가서 집을 팔수 있도록 청소하고 페인트하고
새집처럼 단장해 놓고 어제밤 콜로라도로 운전하고 돌아왔다
오늘 교회에서 점심 식사 당번 이어서 점심 준비해 가야하고
헌금위원이기 때문이다
더 겸손하게 조심스럽게 남은 날을 채워 가도록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갖을 생각이다 주님 앞으로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이제 부터는 주님이 원하시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싶다
오십오년을 지켜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멘